‘저도어장 수산물 축제’의 대표 ‘대왕문어’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 앞바다에 저도(猪島)로 불리는 작은 무인도가 있다. 돼지가 엎드린 모양처럼 생겨 얻은 이름이다. 북위 38도 33분 어로한계선 북방에 있는 섬으로 수산물이 풍부한 황금어장이다. 문어와 해삼, 광어, 멍게 등이 많이 잡힌다.
가장 유명한 건 대왕문어. 40㎏이 넘는, 어린 아이 몸체보다 훨씬 큰 문어가 무수히 잡힌다. 하지만 군사작전 지역이어서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만 개방된다. 육지에서 동쪽으로 6.43㎞(약 4마일), 어로한계선에서 북쪽으로 1.6㎞까지 총 15.6㎢다. 어선들이 조류나 바람에 북쪽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경 함정이 이들을 호위한다.
고성군 대진항은 오전 9시쯤 북새통을 이룬다. 새벽에 불 밝히고 바다로 나간 배들이 문어, 방어 등을 잔뜩 싣고 항구로 들어오면 포구는 사람 반, 고기 반이 된다. 경매 소리와 어부들의 바쁜 손길들로 시끌벅적하다. 배에서 꺼낸 커다란 문어를 들고 경매로 향하는 어부의 발걸음이 힘차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문어를 잇달아 쏟아낸 배들은 다시 은빛 물결을 따라 바다로 떠난다. 방어도 풍년이다.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옹골차다. 담겨 있는 수조가 좁다는 듯 지느러미를 거세게 흔들며 물을 흩뿌리거나 도망치려는 듯한 거대한 몸부림이 활기차다.
고성군은 5월 13∼15일 현내면 대진항 일대에서 올해 처음으로 ‘2016년 문어와 함께하는 저도어장 수산물 축제’를 개최한다. 축제에서는 문어 회·초밥 만들기, 자연산 회 비빔밥 300인분 만들기, 수산물 깜짝 경매 등 7개 분야 26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저도 어장 동영상·사진 전시와 고성 특산품인 해양심층수 판매관, 웰빙 수산물 먹거리 장터, 농·특산물 직거래장터도 열린다.
윤승근 고성군수는 “고성군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저도어장 수산물 축제인 만큼 지역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성공적인 축제가 되길 바란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준비하고 고성군 대표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강산 신선대에서 보는 웅장한 울산바위
고성을 찾았다면 신선대(성인대)와 수바위에 올라보자. 신선대는 설악산의 끝자락이자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첫 봉우리라는 신선봉 아래 자리잡고 있다. 해발 645m로 설악의 웬만한 봉우리에 견줄 수 없지만 북설악 일대의 전경과 동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최고 전망대다.
화암사에서 출발해 신선대를 거쳐 수바위로 이어지는 4.1㎞ 남짓의 원점회귀 산행코스인 ‘금강산 화암사 숲길’이 잘 다듬어져 있다. 2시간이면 충분하다. 화암사로 들어가는 다리를 건너지 말고 바로 올라가면 된다. 초반 가풀막에 거친 숨소리를 뿜어내지만 수바위로 올라가는 길보다 순하다. 길옆 작은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능선에 올라서면 신록 사이를 비집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초록 샤워’를 한 것처럼 가슴이 확트인다. 능선에서는 평지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다 갈림길에 올라서면 신선대로 내려가는 길이 이어진다.
숲길이 끝나고 신선대에 서면 거센 바람이 휘몰아친다. 산행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한순간에 날아간다. 바위 끝에 서면 고성군에 속하는 울산바위가 웅장하게 펼쳐진다. 바위 등줄기를 따라 창처럼 일어선 거대한 봉우리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설악산 울산바위를 한발 물러서서 감상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울산바위 왼쪽으로는 고성 땅 너머 속초와 푸른 동해가 눈에 들어온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시원스레 펼쳐진 동해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미시령 옛길이 구절양장처럼 펼쳐져 있고, 그 밑으로 뚫린 미시령터널 속으로 자동차들이 개미처럼 드나든다.
신선대에서 내려서면 쌀을 내줬다는 전설을 품은 수(穗)바위가 당당하게 반긴다. 볏가리 모양 같다고 해서 처음엔 화암(禾岩)이라고 불렸다. 절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임진왜란 당시 북진하던 왜군들이 가마니를 덮어놓은 이 거대한 바위를 보고 놀라 달아났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해파랑길 49코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을 따라 약 770㎞, 50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고성에는 짧게는 10㎞부터 길게는 16㎞ 정도로 만들어진 5개 코스의 해파랑길이 있다. 해파랑길은 야트막한 고개로 이어져 고성의 모든 해변을 지난다.
거진항∼화진포의 성∼대진등대∼금강산콘도∼통일안보공원 코스로 이어지는 49코스는 해파랑길의 실질적 마지막 구간이다. 마지막 50코스는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 있어 사전 신고한 차량만 출입할 수 있고 걸어서 갈 수는 없다. 11.8㎞에 5시간 30분 소요되는 49코스의 출발점 거진항에서는 거진등대와 명태축제기념비, 인어상 등이 볼거리다.
이곳에서 화진포로 이어지는 코스 중간에 해발 122m의 응봉이 있다. 산,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화진포 일대의 최고 전망대다. 뒤에 화진포 호수를 품고 앞으로 화진포 해수욕장을 두고 있는 해변의 옆모습이 마치 파노라마 사진 같다. 맑은 날에는 금강산 비로봉까지 볼 수 있다.
응봉에서 솔숲 사이로 내려서면 ‘화진포의 성’이라 불리는 김일성 별장이다. 1938년 지어질 당시엔 휴양촌의 예배당이었다. 6·25전쟁 후 화진포 지역이 잠시 북한 땅에 속했을 때 김일성이 가족과 함께 며칠 묵었다고 한다. 지금은 역사안보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근에 이승만 전 대통령 별장, 이기붕 전 부통령 별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6월 4일 화진포광장에서 마지막 해파랑길 770 걷기축제가 열린다.
여행메모
영화 ‘동주’ 촬영지 보고 메밀막국수 먹고…
수도권에서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동홍천IC에서 빠져나와 44번 국도를 이용해 인제 방면으로 간다. 거진항·대진항·화진포 방면으로 가려면 진부령을 넘어가고, 신선대를 가려면 미시령터널 요금소를 나와 왼쪽 델피노 골프장 방면으로 화암사를 찾아가면 가면 된다. 요금소에서 약 4㎞.
죽왕면의 왕곡마을도 들러 볼만하다. ‘ㄱ자’형 북방식 전통가옥의 원형이 잘 보전돼 있다. 민족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일대기를 다룬 최근 영화 ‘동주’를 촬영한 곳이다. 철새도래지로 잘 알려진 송지호, 일출 명소인 공현진 옵바위와 청간정·천학정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고성에는 독특한 지질구조에 따른 특이한 풍광이 많다. 죽왕면 문암2리 해안가에 있는 능파대(凌波臺)는 암석의 측면에 동굴 형태의 구멍인 타포니가 발달해 ‘골다공증에 걸린 바위’처럼 보인다. 토성면 운봉리·학야리 등 3개 마을에 걸쳐 있는 운봉산(雲峰山·286.7m)은 현무암 주상절리가 무너져 형성된 암괴류가 장관이다. 우리나라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고성 통일전망대에서는 금강산의 구선봉과 해금강을 볼 수 있다.
고성의 먹거리는 다양하다. 그 가운데 동루골막국수(033-632-4328)가 유명하다. 막국수 면발에 시원한 동치미 육수를 직접 부어먹는 메밀막국수가 별미다. 입맛에 따라 비빔막국수로도 물막국수로도 조절해 먹을 수 있다(고성군 기획감사실 033-680-3221).
고성=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