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일 발표한 ‘비(非)가격 금연정책’에서 ‘2020년 성인 남성 흡연율 29%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청소년들을 담배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담뱃값 인상 등 가격 정책을 통해 흡연율 감소라는 성과를 어느 정도 이룬 만큼 앞으로는 비가격 정책에 집중해 청소년기부터 흡연 노출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학교 앞 일정 거리 내 소매점의 담배 광고만 규제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수익 감소를 우려한 편의점주, 담배회사의 비협조나 반발이 예상돼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소포장 담배’ 판매 금지, 전자담배 세금 부과체계 개선
보건복지부는 청소년의 담배 구매를 부추기고 담뱃값 인상 효과를 떨어뜨리는 소량포장 저가담배의 판매 금지를 법제화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담배사업법을 개정, 국회를 통과하면 1년 유예기간을 거쳐 이르면 2018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목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96개국이 20개비 이하 소량 포장담배를 판매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선 지난해 10월 일본 담배회사 JTI코리아가 14개비 포장 2500원짜리 담배를 한정판으로 파는 등 주로 외국계 담배회사가 담뱃값 인상을 틈타 ‘꼼수 판촉’을 해 왔다.
정부는 또 담배에 과일·허브향 등을 함유한 ‘가향 담배’가 청소년 흡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유해성에 대한 국내 근거 연구를 내년까지 실시한다. 2018년 가향 물질 규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유럽연합은 이달부터 궐련과 각련(말아 피우는 담배)에 가향제 첨가를 금지하고 있다.
초·중·고교의 절대정화구역(교문에서 반경 50m 이내) 내 소매점부터 담배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이 2018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된다. 향후 상대정화구역(학교 반경 200m 이내) 내 소매점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담배 진열을 못하게 하는 건 아니고 진열대 주변의 화려한 레이저 광고판 등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 관리도 강화된다. 성인 남성의 전체 흡연율은 떨어졌지만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4년 4.4%에서 지난해 7.1%로 크게 늘었다. 게다가 지난해 조사에서 전자담배 사용자 중 90.1%는 전자담배와 궐련을 모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니코틴 흡입량이 오히려 증가하거나 ‘금연 보조제’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비흡연자의 흡연을 유도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는 전자담배에도 경고그림과 담배광고 및 판촉 규제 등 유통 과정에서 궐련과 똑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또 전자담배에 대한 제세 부담금 체계를 ‘니코틴 함량’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개선키로 했다.
아울러 12월 시행 예정인 담배 경고그림 제도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담배 진열 시 경고그림을 가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입법도 추진된다. 이밖에 군 장병의 군의관을 통한 금연치료 지원, 장기 흡연자의 폐암 검진 시 저선량 CT의 건강보험 적용 방안 등도 마련된다.
금연단체·전문가 “실효성 의문”
금연 전문가와 금연운동 단체 등은 이날 발표된 비가격 금연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등 소매점 내 담배 광고를 학교 앞 일정 거리 이내만 한정한 것은 청소년 신규 흡연자 진입을 막기에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우준향 사무총장은 “복지부와 기재부가 2014년 9월 발표한 범정부 금연종합대책에서 전국 편의점 내 담배 광고를 금지하겠다고 해놓고 편의점주 등의 반발에 밀려 지지부진하다 학교 앞 편의점에서만 시범 적용하겠다는 것”이라며 “학교 앞 절대정화구역 내 편의점은 2000여개로 전체 편의점 15만개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금연학회 조홍준 전 회장(서울아산병원 교수)도 “청소년들의 담배 노출을 막으려면 학교 앞 편의점의 담배 광고뿐 아니라 진열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세한 편의점업주 등의 반발을 감안해 그들의 수익 감소를 보전할 범정부 차원의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금연정책 추진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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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청소년기부터 흡연 노출 차단’ 의지
입력 2016-05-10 19:12 수정 2016-05-10 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