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악대의 ‘내 집 마련’ 꿈이 국회의원과 기획재정부의 ‘파워’ 앞에서 스러졌다. 지역구 주민 민원을 해결해 달라는 국회의원의 당부가 전화선을 타고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전해졌다. 경찰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던 당초 계획을 접고 기재부와 ‘대안’ 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갑)이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서울경찰악대 청사 신축에 반대(국민일보 5월 6일자 8면 참조)하는 지역구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유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기재부에 SOS를 쳤다”면서 “김 의원이 유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지역에 이런 민원이 있는데 기재부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회의원 요청에 수십억원 예산까지 배정된 공공시설 신축 계획은 틀어졌다. 경찰은 9일 주민설명회를 열고 “경찰악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주민들이 걱정하는 소음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주민 민원을 수용한 셈이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제기된 주민들의 민원에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정상적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고 소음 관련 대책도 세웠다는 이유였다. 경찰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꾼 것은 현역 국회의원과 예산 편성권을 쥔 기재부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기재부로부터 국유재산관리기금 82억원을 경찰악대 청사 신축 예산으로 배정받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데 위에서 부담을 느껴 기존 계획을 변경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유 부총리와 전화통화는 했지만 (이 사안과 관련한) 공식 요청은 아니었다. (이전과 관련한) 추경 예산 편성이 가능한지 물었고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기존 예산 범위 내에서 가능한 대안을 기재부와 협의해 보라고 경찰에 조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민원 해소 차원에서 경찰 자체적으로 대안을 검토하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판 권준협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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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상적 건축허가·예산 배정에도 경찰악대 청사 신축 무산 배경은 현역 의원·기재부 입김?
입력 2016-05-10 19:11 수정 2016-05-10 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