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트럼프 존경”… 각국 정상 말바꾸기 행렬

입력 2016-05-10 18:43 수정 2016-05-10 22:28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첫번째 부인 이바나 트럼프가 9일(현지시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패션기술대학 자선행사에 참석해 전설적인 디자이너 데니스 바소의 환영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에는 “정부 부채는 돈을 찍어 줄이면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을 그리스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라면 돈을 찍어내기 때문에 채무불이행(디폴트)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주장이 나오자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완전히 무너뜨릴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의 안전성에 의심이 가면 금융시장에서 신용이라는 말에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 투자자들이 모든 금융자산을 외면하고 금 같은 실물자산만을 보유하려 나서 엄청난 혼란이 초래된다는 설명도 나왔다. 미국 금융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트럼프가 경제 현안에 얼마나 허황된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런 막말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대선후보에 사실상 확정된 트럼프의 위상은 한껏 높아졌다. 그동안 트럼프를 비웃은 각국 정상이 앞다퉈 발언 수위를 낮추거나 사과했다. 트럼프의 이슬람 신자 입국금지 공약을 “분열적이고, 어리석고, 틀렸다”고 비판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트럼프가 힘든 경선과정을 거친 점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캐머런의 발언을 듣고 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비센테 폭스 전 멕시코 대통령은 우파 성향의 브레이트바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트럼프를 기분 나쁘게 했다면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폭스는 트럼프가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장벽 설치비용을 멕시코에 물겠다고 하자 육두문자를 써가며 “망할 놈의 장벽에 돈을 내지 않겠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심지어 “트럼프는 미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사과를 받아주길 바란다”면서 “용서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자질”이라고 밝혔다.

물론 아직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놓고 부정적 의견을 말하는 지도자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관 수장과 주미대사를 역임한 투르키 알파이잘 사우디 왕자는 지난주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만찬장에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발언에 “미국 같은 나라가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미국인이 올바른 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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