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기업 근로자의 경영 참여를 제도화하는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근로자를 대변하는 이사를 임명해 해마다 되풀이되는 노사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협치와 소통을 통해 경영 패러다임을 상생과 협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기자설명회를 열어 전국 최초로 15개 서울시 산하기관에 근로자 이사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근로자와 경영자는 소통을 통해 책임과 권한을 함께하는 공동운명체”라며 “투명한 경영, 대시민 서비스 개선을 이루고 경제성장 동력이 창출되는 선순환 경영 구조를 확립하는 계기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시는 조례안을 5월까지 입법예고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10월쯤 시행할 계획이다. 근로자 수 300명 이상은 2명, 그 미만은 1명을 이미 근무 중인 직원 가운데 임명한다. 근로자 이사는 비상임이며 임기는 3년이다.
근로자 이사는 법률과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계획, 예산, 정관개정, 재산처분 등 주요 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되 책임도 따른다. 예컨대 뇌물을 수수했을 때 공기업의 임원과 동일하게 공무원에 준하는 형법의 적용을 받는다.
근로자 이사는 직원으로서 받는 급여 외에 무보수로 일하되 이사회 회의 참석수당 등 실비를 지급받는다. 노동조합원이 이사가 되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
시는 도입 배경으로 사회적 갈등비용 예방효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 규정된 점, 유럽의회와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효과를 인정한 점, 국내 제안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일부 경제단체에서는 경영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노조 출신의 근로자 이사가 임명될 경우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지연돼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제도화함으로써 위법 소지가 없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경영권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근로자의 책임성과 주인의식을 강화해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기본 가치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이사가 근로자를 대변하되 노조와 차별화된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울러 근로자 이사가 1∼2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사진의 중요한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노조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근로자 이사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합리적인 결정을 하고 회사도 이를 존중하는 노사 간 신뢰 구축이 제도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협치 경영”-“경영 위협”… 서울시 ‘근로자 이사제’ 논란
입력 2016-05-10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