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감?…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 지속

입력 2016-05-11 04:42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장기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침체가 길어진 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1% 포인트 하락한 1.412%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4월 20일(1.474%) 이후 기준금리(1.50%)를 밑돌고 있다. 이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1% 포인트 상승하며 1.768%를 기록했지만,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2% 안팎에서 움직였던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의 이동이다.

통상 장기채권의 경우 보유 리스크를 고려해 단기채권보다 높은 금리가 붙는다. 이 때문에 장기금리가 낮아지는 것은 미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는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된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경기가 좋지 않고 물가도 낮게 유지되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며 “미국 경제가 많이 꺾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금리 영향을 받는 장기금리도 하향 추세”라고 분석했다.

한은도 지난달 말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장기금리 하락 현상을 경기부진과 연관지었다. 한은은 “국내 경제는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 및 투자심리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장기금리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우려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나왔다. 한은이 공개한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장단기금리 역전현상이 경기침체에 선행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최근의 금리 추이에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하고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줄어드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 정책을 쓰고 있는 점, 외국인의 장기채 순매수 수요가 많은 점도 장기금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금리는 여전히 하향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수·수출의 동반 부진에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 사태와 경기위축을 감안하면 한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나도 사실상 이 정부 사람”이라며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와 정책 공조를 강조하면서 이런 기대감을 높였다. NH투자증권 강승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된다고 해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6월로 넘어가는 것일 뿐 시장의 기대감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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