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정부와 금융노조의 힘겨루기가 구조조정 책임론으로 연결되면서 퇴로 없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 당국은 조선·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국책은행 자본 확충 문제를 거론하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구조조정 위기는 정부와 재벌 경영진 책임”이라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일 9개 금융공공기관장을 만난 자리에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경영에 대한 국민 실망이 크다”며 “두 기관에 대한 자본 확충이 절실한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 등 철저한 자구노력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간담회 뒤 이동걸 산은 회장과 이덕훈 수은 행장을 위원장실로 따로 불러 20분 동안 면담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등 자구노력에 대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의 지원에 앞서 두 국책은행이 위험관리 실패 책임을 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다. 구조조정 국면에서 등장한 자본 확충 이슈를 성과연봉제 압박 카드로 꺼내든 모양새다.
금융노조는 강력 반발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양대 노총(한국노총·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재벌 대기업의 ‘관치 카르텔’이 구조조정 위기의 본질”이라며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10만 금융노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자구노력으로 해석한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금융노조를 포함한 5개 산별연맹은 정부가 성과연봉제 등을 강행할 경우 오는 9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성과주의 도입 찬성 쪽에선 산은·수은의 손실 부담을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은 당연하다는 주장을 편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더 큰 책임을 져야 할 국책은행 측이 성과연봉제마저 거부하는 건 언어도단”이라며 “국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자세를 보여도 모자랄 판에 노조가 상황 판단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정책을 따랐을 뿐인 국책은행 직원들이 책임을 짊어지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이미 산은과 수은은 성과주의가 일정 부분 도입돼 있다”며 “성과주의 전면 확대는 오히려 금융노동자들을 정부의 부당한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는 ‘예스맨’으로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정부와 노조의 대립은 올해 초부터 강대강(强對强) 대치 국면을 되풀이 중이다.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된 가운데 성과연봉제 문제는 정치권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구조조정 등의 이슈가 산적한 가운데 정부와 노사, 정치권이 모여 하루빨리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과연봉제가 당위성은 있어도 대통령 임기 말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문제이니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며 “기관의 문제로만 둘 게 아니라 정치권을 통한 국민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관련기사 16면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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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책銀, 성과주의’ 압박… 임종룡 금융위원장 “위기 관리 책임 성과연봉제 도입해야”
입력 2016-05-10 18:08 수정 2016-05-11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