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발레계에 무용수들의 잇단 해외 콩쿠르 수상과 유명 발레단 입단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발레 발전의 또 다른 축인 재능 있는 안무가의 등장은 더딘 편이다. 현재 해외발레단에서 꾸준히 안무를 의뢰받고 작품을 지속적으로 공연하는 이는 독일에 거주하는 허용순(52)씨가 유일하다. 제6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를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그는 오는 24∼25일 자신의 작품 ‘엣지 오브 서클’과 ‘콘트라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제무대 진출 1세대인 허용순은 선화예고 재학 중 모나코왕립발레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오디션을 통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레단에 입단했다. 스위스 취리히발레단과 바젤발레단을 거쳐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 수석무용수 및 발레마스터(지도위원)를 거쳤다. 그는 스웨덴 출신 거장 마츠 에크가 안무한 ‘카르멘’에서 동양 출신으로 처음 타이틀롤을 맡기도 했다.
안무가 겸 뒤셀도르프발레학교 교사인 허씨는 “유럽의 여러 발레단에서 마츠 에크, 윌리엄 포사이스, 우베 숄츠 등 좋은 안무가들과 계속 작업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안무를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취리히발레단과 바젤발레단 시절 안무가 육성 프로그램에서 소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2001년 뒤셀도르프발레단의 발레마스터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안무가로 나섰다. 그가 만든 작품이 호평 속에 해외에서도 팔리는가 하면 그에게 직접 안무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내가 안무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좋은 안무가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늘 안무가로서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작품은 모두 33편이며 독일과 한국은 물론 미국, 호주, 오스트리아, 스위스, 터키 등에서 자주 공연됐다. ‘로미오와 줄리엣’ ‘카르멘’ ‘불새’ ‘카르미나 부라나’ 등 전막발레도 4편이나 된다. 그는 자신의 작품들이 해외 발레단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는 이유에 대해 “요즘은 움직임의 테크닉을 중시하는 추상적인 작품이 많은데 내 작품은 대체로 스토리가 있어서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하기가 쉽다. 또 내가 무용수에 맞춰 매번 작품을 수정하는 등 무용수와 작품의 일체감을 추구하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글=장지영 기자, 사진=서영희 기자
jyjang@kmib.co.kr
국제무대 진출 1세대 유럽서 활동 안무가 허용순씨… “훌륭한 발레 안무가 되도록 노력”
입력 2016-05-10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