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영화제 제대로 열린다고 칸에 가서 알리겠다”

입력 2016-05-10 21:45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국제영화제에 가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차질 없이 열린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적극 참가하도록 독려하는 게 저의 첫 임무라고 생각해요.”

부산국제영화제(BIFF) 첫 민간 조직위원장을 맡게 된 김동호(79·사진) BIFF 명예집행위원장은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소회와 향후 역할 등에 대해 밝혔다. 그는 11일부터 22일까지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열리는 제69회 칸영화제에 참가해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함께 ‘BIFF 세일즈’에 나선다. 통화는 칸영화제 참석을 위한 출국에 앞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와 오늘 조찬을 함께했는데 걱정을 많이 하더라”면서 “칸에서 해외 영화인들을 잘 설득하고 BIFF의 신뢰성 회복에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칸에서 영화나 실컷 보고 오려고 했는데 상황이 바뀌어 관람을 취소하고 1시간 단위로 각국 영화계 인사들과 릴레이 미팅 스케줄을 짰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병수 부산시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김 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올해 영화제 준비에 매진하기로 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이로써 1년8개월 동안 끌어온 부산영화제 갈등이 봉합되면서 파행을 면하게 됐다.

김 위원장은 “조직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수차례 고사했으나 자칫 잘못하다가는 부산영화제가 열리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어 수락했다”며 “책임이 막중하고 어깨가 무겁다”고 털어놨다.

부산시는 오는 24일 임시총회에서 ‘이번에 한해 부산시장과 BIFF 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을 공동 위촉한다’는 정관 개정안을 의결하고, 10월 제21회 영화제 개최 이후 본격 정관 개정 협의를 진행해 내년 2월 정기총회에서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정관 개정 등 민감한 사안들을 부산시가 주도해온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민간 조직위원장이 현안을 해결하고 조직을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으로 촉발된 영화제 갈등에 대해 “정치가 영화에 개입해서는 안 되고 영화가 정치를 이용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영화인들이 우려했던 BIFF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해서는 “조직위원장이 민간인으로 바뀌는 것 자체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한 첫 단계”라며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여는 것인 만큼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계 주요 단체들로 구성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부산영화제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올해 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영화제 운영 과정에서의 불합리한 점은 부산시와 집행위, 영화계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개선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칸에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등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해외 감독들과 프로듀서, 기자들에게 한국영화와 부산영화제를 홍보하는 데 혼신을 쏟을 것”이라며 “많이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영화진흥공사 사장과 문화부 차관 등을 거친 김 위원장은 1996년 부산영화제 창립 때부터 2010년까지 집행위원장을 지내며 영화제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