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의 특급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파리 생제르맹). 그는 2012-2013 시즌을 앞두고 AC 밀란(이탈리아)에서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다. 그 시즌 프랑스 리그앙에서 30골을 터뜨렸다. 1989-1990 시즌 장 피에르 파팽(30골·마르세유) 이후 처음으로 리그앙에서 한 시즌 30골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이번 시즌 즐라탄은 더욱 강한 폭발력을 보여 주고 있다. 10일(한국시간) 현재 2015-2016 시즌 프랑스 리그앙 29경기에서 35골(1위)을 기록 중이다. 2위 알렉산드레 라카제트(리옹·21골)에 무려 14골이나 앞서 있다. 다른 대회까지 모두 합쳐 45골을 기록 중인 그는 지난 9일 2016 프랑스 리그앙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즐라탄은 키 195㎝, 몸무게 95㎏의 거구다. 하지만 몸놀림이 유연하다. 묘기에 가까운 킥으로 골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그에게 묻는다. “이렇게 경이로운 골을 넣는 비결이 뭐냐?” 그는 대답한다. “태권도를 배운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즐라탄은 1981년 10월 3일 스웨덴 말뫼의 이민자 지구인 로젠가드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셰피크는 보스니아계 무슬림이었고, 어머니 유르카 그라비치는 크로아티아계 가톨릭 신자였다. 아시아 무술에 심취한 셰피크는 아들을 태권도장으로 데려가 함께 태권도를 연마했다. 즐라탄은 14세부터 17세까지 태권도를 수련해 유단자가 됐다.
즐라탄은 과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축구와 태권도를 동시에 했다. 진로를 결정할 시기에 두 종목을 놓고 고민에 빠졌는데, 결국 축구를 선택했다. 그 결정이 옳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즐라탄은 1999년 스웨덴 말뫼 FF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4개국(네덜란드·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에서 6개의 팀(아약스, 유벤투스, 인터 밀란, FC 바르셀로나, AC 밀란, 파리 생제르맹)을 거쳤다. 전형적인 ‘저니맨’이다. 전성기라 평가받던 시절에도 한 팀에 3년 이상 머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행보에 대해 “나는 우승할 수 있는 팀에서 뛰기를 원했다. 누군가는 한 팀에 머물며 안정적인 삶을 택하겠지만 나는 항상 도전하는 쪽을 택했다”고 한다. 놀라운 득점력을 뽐내며 몸담았던 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해 ‘우승 청부사’로 통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즐라탄의 득점 원동력은 태권도 검은띠”라며 태권도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파비오 카펠로 전 유벤투스 감독은 “이브라히모비치는 힘과 기술을 모두 지닌 경이적인 선수다. 그 키에 그렇게 민첩한 선수를 찾기란 진짜 어렵다”고 감탄했다.
우범지역인 로젠가드에서 험하게 자란 즐라탄은 거칠고 자기중심적이다.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자주 충돌했다. 상대 팀 선수들은 물론 같은 팀 동료들과 감독, 단장과도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가정에선 한없이 너그러운 ‘아들 바보’다. 그는 아내 헬레나와의 사이에 두 아들(10세·8세)을 두고 있다. 두 아들에 대한 사랑은 지구촌 아이들에게로 퍼져 나갔다. 그는 지난해 2월 기아에 굶주린 50명의 이름을 몸에 새긴 뒤 유엔세계식량계획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금 세계에서 8억 500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대부분이 어린이들이다. 이들은 전쟁, 자연재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린다. 오늘부터 나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도울 것”이라고 천명했다.
즐라탄은 2011년 펴낸 자서전 ‘나는 즐라탄이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세상에 사는 모든 아이들, 특히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이런저런 이유로 남들에게 비난 받는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전하고 싶다. 남들과 똑같지 않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마라.”
즐라탄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파리 생제르맹과의 계약이 끝난다. 차기 행선지가 AC 밀란(이탈리아)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유벤투스(이탈리아)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첼시(이상 잉글랜드)도 즐라탄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파리 생제르맹은 즐라탄의 활약에 힘입어 29승5무2패(승점 92)로 일찌감치 리그 4연패를 확정 지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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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