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6조4174억 손실 ‘적자 주범’… 알고보면 기형적인 조선업계 실적

입력 2016-05-10 20:01 수정 2016-05-10 22:41

조선업 업황 악화는 전적으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때문에 야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100대 기업 영업적자 대부분을 빅3가 가져갔고 100대 기업 중 77곳은 오히려 영업이익을 거두었다. 사실상 대마들이 업종을 망친 주범이 된 셈이다.

한국2만기업연구소는 10일 ‘국내 조선 100대 기업(매출 기준)의 최근 2년간 경영 현황 분석 조사’에서 “지난해 조선 100사 영업적자는 6조4859억으로 전년도 4조109억원의 적자액보다 2조4000억원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이한 것은 지난해 조선 100대 기업 중 77곳은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도 영업흑자사 76곳을 웃돌았다는 점이다. 대신 조선 3사 영업적자액이 6조4174억원이었다. 빅3 적자가 사실상 조선 100대 기업 적자가 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보니 조선 업계의 80% 가까이가 흑자를 내도 전체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부채비율만 놓고 봐도 대상 기업 중 절반가량은 재무가 안정적이었다. 부채비율 200% 이하로 재무가 안정적인 기업은 54곳이었다. 200∼400% 사이 준위험 기업도 25곳으로 100곳 중 75곳은 재무가 심각할 정도로 위험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부채비율이 4000%를 돌파한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 부채 심각도를 키웠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부채비율이 각각 220%, 309%로 준위험 기업군에 속했다.

매출 역시 빅3를 포함한 조선 대기업의 영향이 막강했다. 조선 100대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64조1650억원으로 전년도 65조640억원보다 8990억원(1.5%) 줄었다. 이들 기업 중 지난해 기준 매출 5000억원이 넘는 대기업은 100곳 중 9곳으로, 총 매출액은 58조3543억원이었다. 100대 기업 매출액 중 90.9%나 차지했다. 반면 매출액 2000억원 미만 기업이 85곳으로 이들 기업군 매출액은 3조9453억원(6.1%)에 그쳤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가장 많은 곳은 SPP조선으로 574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전년도에는 892억원 적자를 봤었다. 현대미포조선도 2014년 8323억원 영업적자에서 지난해 406억원 영업흑자를 올려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영업실적은 대량 감원에 힘입은 바 컸다. SPP조선은 2014년 899명이던 직원을 지난해 587명으로 1년 새 34.7%나 감원해 이 부문 1위를 차지했고, 현대미포조선도 직원 9.2%를 줄였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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