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당 위원장’ 직책에 올랐다고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김 제1비서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현행 3명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박봉주 내각 총리와 최룡해 당 비서가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평양 내 일본 취재진은 북한 당국의 허락을 받고 당 대회가 진행 중인 ‘4·25문화회관’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 상임위원장이 이런 내용을 담은 발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NHK는 “북한 지도자로선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모방함으로써 당을 중시하는 자세를 명확케 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 위원장’ 직책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정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김 제1비서가 이번 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되거나 제1비서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점을 미뤄볼 때 당 중앙위 위원장을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보도 내용이 맞는다면 당 규약을 개정했다는 얘기”라면서 “당을 영도하며 국가를 총설계하는 ‘당 위원장’, 이런 식으로 호칭을 바꾸면서 권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권력의 핵심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2명 늘어 5명이 된 점도 특기할 만하다. 당·정·군의 최고지도자인 김 제1비서, 국가수반인 김 상임위원장, 군 대표인 황 총정치국장에 더해 내각을 대표하는 박 총리와 당을 대표하는 최 비서가 추가돼 5두 체제가 이뤄진 셈이다. 김 교수는 “두 사람을 올린 건 상무위원을 보강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김 제1비서를 정점으로 한 5개 권력 구조의 연합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김 제1비서의 선대인 김일성·김정일에 새 호칭을 부여하고 김 제1비서를 ‘당 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등 ‘백두혈통’ 3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스스로 ‘핵보유국’이라 칭하는 억설(臆說)도 어김없이 반복했다.
북한은 7차 노동당 대회 3일째인 지난 8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정서를 채택했다. 김일성 주석에게는 ‘위대한 수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겐 ‘탁월한 수령’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김 주석은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수령’이라는 기존 칭호가 그대로 인용됐고, 김 위원장에겐 새 칭호가 부여됐다. 북한에서 가장 중시되는 ‘수령’ 칭호를 모두 붙이면서도 수식어를 달리해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
‘핵·무력 병진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됐다. 김 제1비서는 “(핵·경제 병진) 전략 노선은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합법칙적 요구와 우리나라의 구체적 현실을 반영한 가장 혁명적이고 과학적인 노선”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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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10 00:28 수정 2016-05-1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