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로줄 보이시죠?”
이승현(40·여) LG전자 디자인센터 CMF팀장이 메탈로 된 정수기 손잡이를 가리켰다. 표면에 가느다란 줄이 나 있었다. 남기완(38) 선임연구원이 거들었다. “금속 자체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가공한 거예요.” 이미진(33·여) 선임연구원은 책상 뒤편을 만지작거렸다. “여긴 아예 라인이 없어요. 값싼 금속을 썼으니까요.”
9일 서울 LG트윈타워에서 만난 3명의 LG전자 디자인 담당 연구원은 금속으로 코팅된 주변 가구를 만져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직업병’이라고 했다. 이들은 최근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불리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잇따라 수상한 시그니처 냉장고의 소재와 표면 디자인을 맡았다. 무려 3년간의 연구를 통해 세상에 나온 제품을 두고 이 팀장은 “원 없이 만들었다”고 했다. 디자이너로서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시간과 노력을 바쳤다는 뜻이다.
CMF팀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본질’이다. 무늬 등 장식을 최소화하고 메탈 소재 본연의 감촉을 살리기 위해 공을 들였다. 2011년 이후 메탈 소재 냉장고가 인기를 끌었지만 당시만 해도 ‘업소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밋밋함을 피해 일정한 패턴을 표면에 입힌 제품이 늘면서 대부분 냉장고가 비슷한 감촉을 갖게 됐다. 비용 탓에 냉장고 외부는 금속으로, 내부는 플라스틱으로 가공해 안과 밖의 강도가 다른 것도 단점이었다.
LG 시그니처 냉장고는 국내 최초로 ‘난방향 헤어라인 가공법’을 도입했다. 평소 긁히기 쉬운 냉장고 표면을 보호하는 ‘고급’ 가공법이다. 브러시로 표면을 곱게 긁어 여러 방향으로 얇은 선이 들어감으로써 자연스럽고 손으로 만든 듯한 느낌을 준다. 빛을 머금는 특성 덕에 일반 냉장고에 비해 표면이 훨씬 더 밝다.
여기에 스테인리스 304 강종을 소재로 써 내구성을 극대화했다. 오염물에 닿았을 때 부식 정도가 덜한 304 강종에 난방향 헤어라인을 도입한 냉장고는 LG 시그니처가 국내 최초다.
이 팀장은 “새로운 기술과 소재를 취급하는 업체가 없어 몇 달간 수십 곳 발품을 팔았다”고 회상했다. 판화를 전공한 이 팀장과 남 선임, 색채디자인을 공부한 이 선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팀 구조도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이 팀장은 “자연 본연의 외관 디자인을 갖춘 시그니처 냉장고가 향후 국내 냉장고 디자인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인터뷰] “자연 본연의 외관… 냉장고 디자인 기준될 것”
입력 2016-05-10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