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수주 가뭄으로 일감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독(Dock·선박 건조대)부터 가동중단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현대중공업이 독 가동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1972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과장급 이상 직원들에 대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데 이어 상가, 휴양시설 등 비핵심 자산 매각 작업 속도도 높일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9일 “수주 부진에 대비하기 위해 독별 효율성 검토에 들어갔다”며 “수주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선박 건조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독부터 순차적으로 잠정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는 기본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11개의 독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각각 3개, 4개의 독을 운용 중이다. 현재는 기존 수주 물량을 차질 없이 소화하기 위해 독을 모두 가동하고 있지만 수주 가뭄이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해 독별 효율성 검토를 시작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지난달 기준 수주 잔량은 95척, 450만6000CGT(표준환산톤수)로 세계 2위 수준이지만 11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수주 실적은 단 3척에 불과하고, 현대중공업그룹으로는 현대중공업 외에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각각 2척과 1척을 수주해 모두 6척을 수주했다. 이대로 수주가뭄 상태가 지속될 경우 현대중공업은 내년 말부터 비는 독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1개 독을 보유 중인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첫 번째 가동중단 조선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독의 효율성 검토와 함께 이날부터 사무직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도 받기 시작했다.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힘스, 현대 E&T 등 조선 관련 5개사에서 함께 실시하며 희망퇴직 신청 직원에 대해선 최대 40개월치 기본급과 자녀 학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주 이 같은 내용의 희망퇴직 실시 방안을 노조에 설명하고, 노사공동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전체 부서 391개의 22%에 해당하는 86개를 통폐합하는 등 조직 개편도 마무리지었다.
아울러 상가, 휴양시설을 비롯한 비핵심 자산 매각 등 비용절감 방안을 담은 자구안을 이번 주 중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할 계획이다. 자구안에는 최대 2조원대 비용 절감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1일부터 휴일연장근로를 폐지했으며 평일 고정연장 폐지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자료를 통해 “일감 부족 현상이 눈앞에 다가오는 상황에서 회사 생존을 위해 과장급 이상 간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지난달 실시한 임원 25% 감축에 이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노조 소식지를 통해 “올바른 생각을 가진 경영진은 기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대주주 사재출연 등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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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독 가동중단… 과장급 이상 명퇴
입력 2016-05-09 21:45 수정 2016-05-10 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