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 갈수록 어려져… 말리는 어른이 없다
입력 2016-05-10 00:09
서울 한 초등학교 4학년 A양(10)은 하루 평균 2∼3시간씩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다. 주로 ‘액체괴물 만들기’ 동영상을 본다. 액체괴물 만들기는 젤리와 비슷한 물질로 동물이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요즘 초등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다. A양은 최근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으로 판정받아 서울의 한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전국 초등학교 4학년생의 87.4%는 스마트폰을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2만여명(5.5%)이 ‘중독 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6년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이용습관 진단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독 위험군은 금단 현상이 나타날 정도의 ‘위험 사용자’군과 사용 시간 조절이 힘든 ‘주의 사용자군’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스마트폰 사용 늘어 중독 위험도 증가=여가부는 2014년부터 매해 초등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모든 학생이 대상인 전수조사다. 올해 초등 4학년 가운데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으로 분류된 경우는 2만822명으로 2년 전 1만3183명에 비해 57.9% 증가했다.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음을 뜻한다.
초등학생에서 중독 위험군이 증가한 이유는 스마트폰 사용 자체가 늘어서다. 여가부 조사는 스마트폰이 있는 학생이 대상이다. 2014년에는 초등 4학년 44만6974명 가운데 83.6%인 37만3818명이 조사에 응했다. 올해는 87.4%인 37만6027명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2년 사이 스마트폰 보급률이 3.8%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부모의 관심 부족이 계속된 데서 찾을 수 있다. A양을 만난 상담센터 상담원은 “스마트폰 사용이 과다한 초등학생은 부모의 돌봄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부모가 조금만 개입하면 중독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4·중1·고1 등 146만여명 조사에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13만8368명, 인터넷 중독 위험군은 11만5243명, 둘 중 하나 이상에서 위험군인 경우는 19만8642명으로 조사됐다.
◇여학생, 고학년 될수록 스마트폰 중독 위험 증가=이번 조사는 남학생은 게임, 여학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주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학생은 초등 4학년에서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이 남학생(1만3907명)의 절반 정도(6915명)였지만 고1에서는 4만2707명으로 남학생(2만8315명)의 1.5배였다. 여가부 관계자는 “여학생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관계지향성이 강해져 SNS와 채팅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학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터넷 중독 위험이 더 컸다. 중1 남학생은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보다 인터넷 위험군이 더 많았다. PC와 큰 화면을 통한 게임을 더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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