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배영만 <7> 카드 도박에 중독… 한밤중 아내 깨워 패 돌리기도

입력 2016-05-09 21:29
MBC 코미디언실 회원들과 1996년 태국에 연수 갔을 때 피곤해 잠이 들었다. 왼쪽은 동료 개그맨 김명덕.

유행어 ‘맞다고요’가 뜨면서 행사가 많아지고 TV광고도 들어왔다. ○○약품 위장약 선전이었다. 개그맨 김병조 선배가 술을 많이 먹고 “속쓰리고 위 아플 땐 ○○○○ 아니냐고요? (둘이 마주 보고)맞다고요 ○○○○”이라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위장약 광고 출연료로 1억원을 받는 등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한참 잘 나갔지만, 그만 도박에 손대면서 내 인생은 곤두박질쳤다. 밤업소 직원들과 호기심에 카드를 만진 것이 화근이었다.

교통사고가 난 뒤 교회에 나갔지만 도박을 끊지는 못했다. 주일날에만 간혹 교회에 나가는 이른바 ‘선데이 크리스천’이었기 때문이다. 카드 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개그 아이디어에 시달리고 배역을 못 받았을 때의 공허함과 외로움, 불안한 마음이 도박판으로 점점 빠져 들게 했다. 누군가 도박은 쉽게 끊지 못한다고 했던가. 정말 그랬다. 온 세상이 카드로 보였다. 새벽에 일어나 집사람을 깨워 카드 패를 돌릴 정도였다.

나는 ‘도박 중독자’였다. 도박생활은 5년 이상 계속됐다. 일을 마치면 도박판(하우스)으로 향했다. 그동안 번 돈을 모두 잃었다. 그러자 소위 ‘꽁지’(전문적으로 도박자금을 대여하고 높은 이자를 받아 챙기는 사람의 속어)들은 판돈을 빌려줬다. 도박 빚을 갚지 않으면 건달들에게 감시를 당했다. 녹화가 끝나면 으슥한 곳에 끌려가 협박을 당했다. 매를 맞기도 했다.

도박에 빠져 있는 동안 집안은 엉망진창이 됐다. 견디다 못한 집사람이 하우스로 찾아왔다. 나는 얼른 커튼 뒤에 숨었다.

“나 여기 안 왔다고 해.”

카드 치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시켰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빨리 본전을 찾아야 하는데…. 빨리 돈을 따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도박으로 3억원 정도 잃은 것 같다. 집에 생활비를 갖다 주지 못했다. 집사람은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집사람이 생활비를 더 달라고 하면 손찌검까지 했다. 그러자 집사람은 “이혼하자”며 이혼서류를 내밀었다. 결국 가정법원 앞까지 갔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다시는 노름을 하지 않겠노라고 빌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도박장으로 또 향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인간도 아니었다. 지금도 집사람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도박이 계속되자, 참다못한 장모님이 ‘타짜’(도박전문가)를 데려왔다. 그 타짜는 내게 카드를 섞으라고 했다. 그리고 ‘속이는 카드’가 무엇인지 상세히 알려줬다. 내가 아무리 여러 번 섞어도 원하는 카드를 ‘쑥’ 내밀었다.

“하나님 맙소사. 이럴 수가. 그동안 내가 타짜들에게 속았구나.”

이후 카드 도박을 완전히 끊게 됐다. 돈을 딸 수 있다는 기대와 환상이 깨진 것이다. 대신 교회에 열심히 다니며 신앙생활에 몰두했다. 하나님이 장모님을 통해 도박을 끊게 하셨다. 도박 끊기가 정말 힘들다고들 하는데,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 지면을 빌어 하나님과 장모님께 감사드린다. 오늘날 이렇게 간증자로 쓰시려고 하나님이 연단을 주신 것은 아닌지. 도박을 하시는 분들께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도박이 지금 재미있습니까? 사기입니다. 타짜들에게 돈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도박은 가정을 파탄시키는 원흉일 뿐입니다”라고 말이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