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을 생방송으로 한다? 게다가 TV 본방송에 앞서 온라인·모바일로 먼저 볼 수 있다?
지상파 예능에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예능에 생방송 개념이 도입됐다. 물론 정교한 편집이 무기인 TV방송을 생방송으로 하진 않는다. 대신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먼저 선보인다. 온라인에서 선(先) 공개한 뒤 편집된 내용을 TV로 내보내는 식이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 KBS ‘어서옵SHOW’가 그렇다. SBS도 이달 안에 파일럿 프로그램 ‘스타꿀방대첩-좋아요’를 방송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예능을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게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온라인·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이 생기면서 새로운 시도가 가능해졌고, 이런 시도는 앞으로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예능의 갈망, 온라인에서 답을 찾다=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온라인·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가장 영향력이 강한 매체였던 방송도 모바일 플랫폼의 위협을 받고 있다. 온라인·모바일과 연계하는 방송이 자꾸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포맷의 예능이 필요했다. 마리텔은 프로그램 뼈대 자체를 온라인 방송으로 잡았다. 마리텔 이전에는 예능을 생방송으로 내보내 성공한 사례도 없었을 뿐더러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마리텔의 실험은 꽤 과감한 것이었다.
마리텔의 본방송 시간은 토요일 오후 11시15분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방송하기에 좋은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생방송 시간은 프라임타임인 일요일 저녁 7시30분이다. 이 시간에 5개의 온라인 생방송이 진행된다. 생방송이 실시간으로 화제가 되면서 1주일 이상의 시차를 두고 방영되는 TV본방송 때는 더 많은 시청자를 모을 수 있다. 실제로 토요일 밤 늦은 시간 전파를 타는 본방송은 시청률 6% 안팎을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마리텔의 박진경 PD는 “온라인으로 먼저 방송되는 게 홍보 효과는 있는 것 같다. 반쯤은 의도한 것이고 반쯤은 의도치 않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마리텔의 과감한 실험이 성공적으로 가닥을 잡자 다른 방송사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KBS는 ‘재능기부 홈쇼핑’이라는 콘셉트의 ‘어서옵SHOW’를 지난 6일 처음 방송했다. 첫 방송 시청률이 6.4%(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SBS도 ‘예능기부쇼’라는 콘셉트의 파일럿 프로그램 ‘좋아요’를 준비 중이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 관계자들은 온라인·모바일 연계가 잠깐의 유행했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욱 다양한 형태의 결합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유분방함이 만들어내는 의외의 재미=온라인 선공개의 가장 큰 장점은 출연진의 다양한 모습을 거르지 않고 보여준다는 데 있다. 지상파 방송에는 예능이라고 할지라도 공익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말, 행동, 편집 등에서 갖은 제약을 받게 된다. 어느 정도 ‘점잖게’ 방송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비판이 쏟아진다.
온라인 방송에는 공익성이 강하게 요구되지 않는다. ‘관심 없으면 안 보면 그만’이라는 ‘취향 존중’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각종 제약으로부터 비켜있다. 윤리적,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지 않을 정도로 선을 지키면 된다.
제약이 주는 부담을 벗자 출연진의 행동반경이 넓어졌다.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자유분방함을 얻자 생각지도 못 했던 ‘빅 재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마리텔’에서 이경규가 보여준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 ‘낚방’(낚시하는 모습을 보여준 방송)도 온라인 생방송이 아니었다면 시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서옵SHOW에 호스트로 출연해 쏠쏠한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서진도 최근 인터뷰에서 “생방송이라고는 하지만 TV로 방송되는 게 아니라 부담이 별로 없다”고 했다. 오히려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사람들에게 더 환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MBC 예능 ‘마리텔’ 성공 방정식 따라하기… 온라인 생방 먼저-TV는 재활용
입력 2016-05-10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