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운(運)이 7할이고 기(技)가 3할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운이 따라야 흥행 대박을 치는 영화계에서는 특히 그렇다. 11일 개봉되는 ‘곡성’의 주연배우 곽도원(43·사진)은 억세게 운이 좋은 배우다. 첫 주인공을 맡자마자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운도 운이지만 연극무대에서 갈고닦은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칸영화제 얘기부터 꺼냈다. “한 번이라도 가봤어야 분위기를 알 건데 사실 남의 잔칫집에 가는 거 같아요. 칸에 다녀온 다른 배우들에게 물어보니까 인터뷰다 뭐다 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만 하고 온다던데요? 이번에 여친(배우 장소연)이랑 같이 가려고 하는데 괜찮겠죠?”
그는 첫 주연을 맡은 게 엄청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조연은 특정 신만 따 먹으면 되지만 주인공은 병풍처럼 존재하면서 조연을 감싸줘야 해요. 주인공의 연기가 너무 과하거나 힘이 들어가면 조연들이 보이지 않아 작품이 지루하게 되거든요. 흥행도 신경 많이 쓰이죠. ‘대배우’의 오달수 선배가 손석희씨가 진행하는 뉴스에 나와 홍보에 열 올린 게 남의 일 같지 않더라고요.”
곽도원은 ‘곡성’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가운데 정체불명의 병에 걸린 딸을 구하기 위해 종횡무진 활약하는 경찰 종구를 연기한다. 딸을 감싸 안은 채 울기도 하고 땀범벅이 돼 뛰기도 한다.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나홍진 감독이기에 촬영 때 힘들었을 것 같다. 그는 “‘황해’ 때도 그랬지만 정말 집요하게 찍었다”며 “그래도 감독을 믿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6개월간 150여일 촬영하기 앞서 곽도원은 전라도 사투리를 익히려고 전남 곡성에 한 달간 머물렀다. “어머니 고향이 곡성이어서 감은 있는데 동네마다 억양이 다 틀리더라고요. 곡성에 아예 숙소를 얻어 배우가 아니라 동네주민으로 살았죠. 재첩잡고 낚시하고 정말 최고의 힐링을 만끽했어요. 그러다보니 사투리는 저절로 익숙해졌고요.”
딸 역으로 호흡을 맞춘 아역배우 김환희의 연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 감독이 여주인공에게 얘기하듯이 ‘너는 아역이 아니다. 그냥 배우다’라고 기를 불어넣더라고요. 그랬더니 진짜 눈에 불을 켜고 연기를 하는데 장난이 아니더군요. 황정민 형이랑 둘이서 ‘아∼이 가시내 정말∼’ 하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스릴과 환상이 뒤섞인 영화는 나 감독 스타일대로 시종일관 긴장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범인이 누구인지, 말하려는 주제는 무엇인지 다소 헷갈린다. 곽도원은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닥치게 되는 불행에 대한 얘기다. 감독이 두 가지 버전의 결말을 찍었는데 흥행에 성공하면 좀 더 분명한 버전이 상영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15세 관람가. 156분.
글=이광형 문화전문기자, 사진=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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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 주연배우 곽도원 “첫 주연에 칸이라니… 남의 잔칫집 가는 기분”
입력 2016-05-10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