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노조 반발 갈수록 거세 임금을 ‘무기’삼아 압박

입력 2016-05-09 18:51 수정 2016-05-10 01:05

정부가 9일 발표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이행 방안’의 골자는 당근(인센티브)과 채찍(임금 동결)이다.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여부에 따라 근로자 개개인이 받는 내년도 임금이 달라진다. 노동조합의 반대가 걸림돌이 되는 상황에서 노동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임금을 지렛대로 삼은 것이다.

정부의 압박으로 성과연봉제를 무리하게 추진해온 공공기관에선 이미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공공부문 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복원키로 하고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주장하고 나서는 등 노·정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올 초부터 공기업 등 12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을 기존 간부급(1∼2급)에서 최하위직을 제외한 전체 직급(1∼4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왔다. 노·사·정 대타협에 따른 노동개혁 일환으로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능력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연봉 중 성과급 비중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하달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성과연봉제 확대 방안을 도입키로 한 공공기관은 총 53곳(44.2%)이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임금체계 개편 방안이 통과되거나 노사 합의 과정에서 심한 갈등이 발생했다. 노조 찬반 투표에서 공식 부결되거나 사측이 노조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노동법 위반 논란이 벌어져 노조가 경영진을 고소·고발한 경우도 있다.

정부가 이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사업장은 내년도 인건비를 동결한다는 강수를 발표했지만, 오히려 반발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즉시 투쟁 계획을 수립하고 10일부터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다음 달 박근혜 대통령이 성과연봉제 실적을 점검하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주최할 예정이어서 이에 대비해 투쟁 강도를 더 높인다는 게 노동계의 방침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공공서비스 특성상 성과중심의 공정한 평가기준은 만들기 어려운데 정부 방침에 공공기관이 또 마음대로 이용당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을 통한 대정부 투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소개한 중견기업의 임금체계 개편 성공사례도 정부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제조업체인 리팩의 경우 관리직·연구개발직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되 생산직에 대해서는 호봉급을 유지하면서 근속연수에 따른 자동승급만 폐지했다. ‘임금체계 개편=호봉제 폐지’라는 공식을 깨 근로자의 거부감을 없앤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임금체계 개편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낸 기업의 사례를 보면 근로 특성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늬만 성과연봉제를 추구하기보다 가장 적절히 성과·능력을 반영하고 무조건적인 승급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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