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분노는 가슴에, 아픈 기억은 기록으로.’
세월호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단원고 ‘기억(존치)교실’ 10칸 이전 문제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최종 타결됐다. 참사 발생 753일 만이다. 갈등은 있었지만 끊임없는 대화와 이해, 양보를 통해 얻은 결실이다. 늦었지만 치유와 미래를 향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디딘 것이다.
이는 ‘단원고 기억교실 관련 협의회’가 내놓은 해답 “아픔을 공감하고 영원히 기억한다. 교육을 바꾸고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한다”에 모든 구성원이 공감했기에 가능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넘기며 무산됐던 기억교실 이전 문제가 해결돼 단원고의 정상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기억교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숨지거나 실종된 250명의 2학년생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현재 그때 모습 그대로 10칸이 있다.
4·16가족협의회, 단원고, 경기도교육청, 안산교육지원청 등 7개 기관·단체들은 9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에서 ‘4·16 안전교육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전명선 가족협의회 위원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남경필 경기도지사, 제종길 안산시장, 정광윤 단원고 교장 등이 참석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4·16 안전교육 시설 건립 및 운영·추모 행사 적극 지원, 존치교실 한시 보존 관리 및 단원고·안산교육 발전 지원, 추모 조형물 조성 및 단원고 학교운영참여협의체 운영 등이다.
합의에 따라 존치교실 내 책걸상 등 ‘기억물품’은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옮겨진다. 이전 시기와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4·16 안전교육 시설은 단원고 인근에 지하 1층∼지상 4층(연면적 3835㎡), 27실 규모로 2018년 9월 준공될 예정이다. 사업비는 90억원 안팎이며 비용은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안산시 등이 분담하게 된다. 안전교육 시설이 지어지면 기억물품들은 모두 이곳으로 이전돼 영구 보존된다.
이번 합의는 유족, 재학생 학부모, 학교, 교육 및 종교 단체 등의 대화와 사회적 중재로 이뤄졌다. 유족과 학무모의 갈등은 올해 희생자 동급생들이 졸업하고, 신입생 303명의 입학으로 교실난이 불거지면서 첨예화됐다. 학부모들은 학습권을 보장해 달라며 ‘보존’을 주장하는 유족 측과 대립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중재로 유족, 학부모, 교육청, 학교 측이 총 65일 동안 9차에 걸친 공감의 시간을 가졌고 결국 이날 최종 협의안을 도출해냈다.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아픔을 승화하고 양보와 협력으로 대승적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
전명선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지난하고 힘든 시기를 거치며 노력한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이 안전교육의 장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세월호 753일 ‘아픈 매듭’을 풀다… 대화·설득 단원고 ‘기억교실’ 이전 합의
입력 2016-05-09 17:33 수정 2016-05-10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