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김앤장, 유해성 결과 최소 6차례 전달받았다”

입력 2016-05-09 18:51 수정 2016-05-10 01:11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던 도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 전 대표는 “여생을 참회와 봉사로 살겠다”고 말했다. 윤성호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5년간 옥시 측 법률대리인으로 자문 역할을 해온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앤장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부장검사 이철희)은 9일 “김앤장 등이 변론권의 한계를 뛰어넘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1호 구속자인 서울대 조모(57) 교수의 변호인 김종민 변호사는 “2011년 11월, 2012년 2월 발표를 갖고 생식 독성실험과 흡입 독성실험 결과를 모두 알렸지만 옥시와 김앤장은 폐 질환과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인체 유해성 의심 결과가 적어도 6차례 옥시와 김앤장에 전달됐다는 게 조 교수 측 주장이다.

김앤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불거진 2011년 이후 줄곧 옥시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다. 조 교수가 두 차례 연구 결과 발표회를 열었을 때도 김앤장 측 변호인이 참석해 자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4월엔 김앤장 소속 변리사가 혈액·혈청 분석 자료를 이메일로 받았고, 이후 옥시 직원과 함께 서울대를 찾아가 실험 로데이터 일체를 복사해 갔다고 한다. 검찰은 “김 변호사 주장만으로 수사 대상을 넓히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경위 파악에는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앤장 측은 “조 교수의 실험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신현우 전 옥시 대표와 전 옥시 연구소장이었던 김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 검찰은 신 전 대표가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흡입독성 연구 없이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지시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대표는 조사받기에 앞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고통과 많은 피해를 줘서 사죄의 말씀드린다. 여생을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서 평생 봉사하는 인생을 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르면 10일 신 전 대표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또한 옥시가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을 생산한 SK케미칼 직원 2명도 10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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