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았던 턴키… 정부, 2년만에 “활성화” 유턴

입력 2016-05-09 19:07 수정 2016-05-09 21:50
정부가 턴키(turn-key) 입찰을 활성화하기 위해 입찰에서 떨어진 건설사에 지급하는 설계보상비를 현재보다 50% 이상 올려주기로 했다. 2년 전 턴키 입찰을 담합과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하며 이를 줄여나가겠다던 정부의 공언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턴키 입찰은 열쇠만 받아 돌릴 정도로 공사 과정 전체를 맡긴다는 의미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괄 입찰하는 방식이다. 대형 관급 공사에 주로 활용돼 대형건설사들의 나눠먹기 담합으로 악용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4대강 사업 당시 전체 170개 공구 중 60% 정도가 턴키 방식으로 발주됐는데, 건설사들이 이를 악용해 담합을 일삼다가 적발됐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4년 1월 ‘턴키 입찰제도 운영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 공공사업이 동시에 턴키방식으로 발주되지 않도록 발주물량과 시기를 조정하고, 부실설계 업체에 감점을 부과하는 등 턴키 입찰을 가급적 지양하는 방향이었다.

2년 만에 정부 태도는 180도 돌변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하반기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공사업의 턴키 입찰을 활성화하겠다고 9일 밝혔다. 턴키 입찰에 응했다가 탈락한 건설사에 지급하는 설계보상비를 현행 공사비의 0.9%에서 1.4%로 올린다는 게 골자다. 또 턴키 입찰에 1개 건설사만 입찰할 경우 자동 유찰하도록 한 제도도 고쳐 단독 입찰자와도 계약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키로 했다. 기재부는 “턴키 입찰은 건축물의 품질제고뿐 아니라 건설업계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입찰 방식”이라고 ‘칭송’했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턴키 입찰 경쟁이 예전보다 시들해져 유찰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요즘에는 건설사들이 수익 감소를 이유로 공공사업의 턴키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담합 등 부정행위가 없어지면서 ‘턴키=대박’ 공식이 사라진 상황이어서 이제는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합 건설사 특별사면에 이어 정부가 건설업계에 지나친 특혜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