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뚱뚱하다” 보도한 BBC 취재진 추방

입력 2016-05-09 18:31 수정 2016-05-09 21:32

북한이 방북 중이던 영국 BBC방송의 기자와 프로듀서 등 3명을 구금해 조사한 뒤 9일 강제 추방했다. 이 기자는 최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뚱뚱하다’고 평양발로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일 루퍼트 윙필드 헤이스(49·사진) 기자와 마리아 번 프로듀서, 매튜 고다드 카메라맨이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떠나려는 순간 체포했다. 이어 8시간 동안 조사를 마친 뒤 사과문에 서명을 받았으며 주말 동안 공항에서 구금하다 추방했다. 이들은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와 영국·노르웨이·이스라엘 출신 노벨상 수상자 3명의 방북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북한에 들어갔다.

윙필드 헤이스 기자는 지난달 30일 “북한에 김정일이 숨진 뒤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는 아들 김정은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에는 북한 수행원이 ‘위대한 지도자 원수’라고 김 제1비서를 소개하자 “그가 원수 호칭을 들을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했다. 지난 4일 김일성대학을 방문해 김일성 동상 앞에서 뭔가 찍으려다 북측 경호원에게 제지당하는 장면도 방영됐고, 평양의 한 병원에선 “모든 게 연출된 것 같다”고 묘사했다.

BBC는 “평양의 일상을 보도한 기사에 북한 지도부가 불만을 제기해 구금됐다”고 설명했다. 방북 중인 미국 CNN방송의 윌 리플리 기자는 트위터에 “김 제1비서와 관련해 불경스러운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추방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을 초청한 북한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영국 기자가 공화국 법질서를 위반했고, 우리 현실을 왜곡·날조하는 등 모략으로 일관된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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