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위헌확인 헌법소원 제기에 따라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면밀히 따지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9일 “지난해 변론기일을 연 이후에도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을 서류 등으로 접수해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18일 박한철 헌재소장은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9월 법 시행 전 심리를 마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공개변론에서 가장 첨예했던 쟁점은 ‘공직자 등’으로 표현된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이 포함돼야 하는가라는 부분이었다. 언론인과 교직원이 청렴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부정할 수 없지만 민간영역 가운데 유독 언론과 사학만이 법 적용 대상인지는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청구인 측인 대한변협은 언론인이나 사립학교 관계자에 대한 청탁과 금품수수 행위가 자율적으로 교정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이 사적 영역에 간섭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었다. 금융·의료·법률 등 다른 민간영역은 제외된 채 언론인과 취재원의 접촉이 제한되고, 교육의 자주성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권익위원회 측은 법률의 취지가 꼭 언론·사학의 자유 침해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의 공공성은 공직자 수준인데 내부 자정 능력은 불충분하다는 게 권익위의 논리다. 당시 권익위 측은 “포털 사이트의 국어사전에서 ‘촌지’는 ‘흔히 선생이나 기자에게 주는 것을 이른다’고 풀이된다”며 사회적 인식상 언론·사학에 대한 합리적 차별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여론은 우리 사회의 청탁문화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최근 국민 1515명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의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59.0%는 김영란법이 부패 근절과 청렴한 사회 구축에 ‘대체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20.9%였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응답자는 18.5%에 머물렀다.
공개변론에서 쟁점이 된 공직자와 언론인, 교육자의 부패 인식 조사도 이뤄졌다. 부패 정도가 다소 심각하다거나 매우 심각하다는 응답을 합치면 공직자는 96.5%, 언론인은 89.9%, 교육인은 74.4%였다. 형사정책연구원은 “교육인이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점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모든 상황을 종합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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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입법예고] 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공직자 등’ 포함 여부 논란
입력 2016-05-09 18:11 수정 2016-05-09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