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시행령이 마련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공직자가 받을 수 있는 식사 대접,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을 각각 3만, 5만, 10만원으로 정한 시행령안을 공개했다. 사교와 부조 차원에서 이 정도는 받아도 좋다는 액수다. 공무원 행동강령보다는 다소 완화됐지만, 시행령이 나오기까지의 진통을 감안하면 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조정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시행령은 통상 입법 후 3∼6개월이면 만들어진다. 김영란법은 1년2개월이 지나서야 시행령이 마련됐다. 각계의 요구가 많았다. 농축수산업계는 소비 감소를 우려하며 한우 굴비 화훼 등을 제외해 달라고 주문했고, 식품·요식업계는 물가 상승을 반영해 음식값 상한액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런 목소리에는 김영란법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이 담겨 있다.
부패를 윤활유로 한 경제성장은 없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해 반부패·청렴사회 심포지엄에서 “부패가 성장의 윤활유라는 건 속도 차이에서 오는 착시현상”이라며 “질을 외면한 성장은 사회의 지속 발전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는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9.6점)에 크게 못 미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렴도를 OECD 평균까지 높이면 경제성장률이 0.65% 포인트 상승할 거라고 분석했다. 김영란법은 경제의 체질 개선과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법률이다.
걱정해야 할 대목은 다른 곳에 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이해충돌 방지의 세 영역으로 구성돼 있었다. 장관이 자녀를 특채하거나 기관장이 친척에게 공사를 발주하는 등의 행태를 막는 이해충돌 방지 부분이 국회에서 제외된 채 통과됐다. ‘반쪽’ 신세다. 민간인 신분인 교사 언론인 등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막판에 ‘선출직 면죄부’ 규정이 삽입돼 국회의원은 규제에서 상당 부분 자유로워졌다. 김영란법이 9월 28일 제대로 시행되려면 이런 문제를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부패를 근절해 한국사회를 업그레이드하려는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사설] 김영란법, 위헌성·‘반쪽 법률’ 문제 서둘러 해결해야
입력 2016-05-09 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