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거듭 기업들 기초체력 역대 최악

입력 2016-05-09 19:05 수정 2016-05-09 21:47

경제를 이끌어가야 하는 우리 기업들의 현 기초체력이 역대 어느 위기 때보다 허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외환위기 당시의 3분의 1 토막이 났으며 기업의 생산능력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 활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경제전문가의 90%가량은 5년 후에도 우리 경제성장률이 2%대 이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일본식 장기 저성장 추락을 예측했다.

◇기업들 영업이익률, 외환위기 3분의 1 토막 추락=현대경제연구원은 9일 ‘과거 불황기와 현재의 제조업 경기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4년 말 이후 계속된 저성장 위기에 빠진 기업 실적이 외환위기 및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화한 1998년과 2009년보다 현저히 뒤처졌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실적의 바로미터인 영업이익률의 경우 현 불황기(2015년)에 1.8%로 외환위기(5.3%) 및 금융위기(3.7%)보다도 크게 낮았다. 상위 기업들을 제외한 현 불황기 조사대상 기업의 영업이익률 중위값(중간치 영업이익률)도 4.2%로 외환위기의 6.5%와 금융위기의 5.2%를 밑돌았다.

생산능력 증가율도 과거 불황기에 못 미쳤다. 생산능력이란 사업체의 주어진 조건(설비, 노동력, 근무일수, 설비효율 등)에서 최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생산능력 증가율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 각각 4.9%, 2.9%를 기록했지만 현 불황기는 1.1%로 대폭 둔화됐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과거 불황기에는 기업들이 경기침체를 단기적으로 보고 빠른 회복 국면에 대응하고자 잉여생산여력을 감내한 반면 현재는 시장수요 회복이 더디면서 기업 생산능력을 낮은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제조업 출하 감소율은 외환위기 때 1년, 금융위기 때 3분기 동안 지속된 뒤 즉각 회복됐지만 현 불황기는 3분기 감소 후 잠깐 증가했다가 올 1분기에 다시 크게 떨어지는 등 더블딥(일시적 회복 후 경기 재침체) 양상을 보여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물건이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이는 재고증가율도 현 불황기에만 나홀로 증가하고 있다. 위기 전 1년간 재고증가율은 외환위기(7.9%), 금융위기(11.8%)에서 현 불황기(5.3%)를 웃돌았다. 하지만 정작 위기가 닥치자 현 불황기의 재고증가율이 2.7%를 나타내 외환위기(-10.7%), 금융위기(-5.4%)를 역전했다. 주 실장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는 상품 출하가 감소하면서 재고도 같이 소진되는 조정 양상을 보였으나 현재는 시장 내 과잉공급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출하가 감소해도 재고가 쌓이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전문가들 “5년 후 경제성장률 2%대 이하”=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학계 및 연구원 등 경제전문가 5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제현안 조사’ 결과에서 5년 후 연평균 성장률을 묻는 질문에 2%대 응답자가 84.6%, 1%대가 4%를 나타냈다고 이날 밝혔다. 3%대라고 응답한 사람은 12%에 불과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성장기여도가 높은 수출보다 내수 등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장은 “서비스산업 활성화로 내수시장을 키워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 10명 중 4명가량은 소득수준 향상(21.0%)과 가계부채 해소(16.1%) 등 소비자 지갑을 채우는 정책의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봤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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