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9일 “(이번 총선에서처럼) 4년 뒤 또 용서를 구하며 한 표만 달라고 할 거면 정치하지 말라”고 새누리당에 쓴소리를 했다.
새누리당 당선인 총회에 강사로 나선 김 교수는 4·13총선에 대해 “당내 세력 재편을 위한 선거였다”고 규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보통 선거 때는 안 하던 예쁜 짓도 하는데 이번에는 마치 양당이 짠 것처럼 미운 짓만 했다”며 “한쪽은 친박, 다른 한쪽은 친문(친문재인)만 운운했다”고 일갈했다.
‘유승민 의원과 진실한 사람’ ‘반기문 대망론과 권력구조 개편’ 등 여권의 민감한 이슈도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유 의원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를 했는데 치열한 토론 대신 바로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가버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국정운영 체계가 완전히 고장 난 자동차”라면서 “이는 이원집정부제든 무엇이든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을 ‘친박’과 ‘반기문’이라는 특정인이 연합해 정권 재창출을 위한 시나리오로서 국가 체제를 끄집어냈다”고 지적하며 “이는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고 있어선 안 되는 얘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0대 공천이 최악의 공천이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여야 모두 이기고 지고의 권력 정치에 함몰돼 있다”며 현 정치 상황을 조선 후기 세도정치에 빗댔다. 그는 “정조 때만 해도 상공업이 발달하고 신분질서가 무너지고 문호 개방 압력이 거세지는 등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며 “그런 변화는 읽지도 못하고 오로지 권력을 위해 권력을 잡겠다고 하던 자들이 권력을 잡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망해야 망국이고 주권을 빼앗겨야만 식민지가 아니다”며 “제가 세도정치했던 사람들이 이 나라를 망국의 길로 이끌었다고 얘기하듯이 후손들이 지금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온다”고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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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지고의 권력정치에 함몰… 망국으로 가는 길”
입력 2016-05-09 18:33 수정 2016-05-09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