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무 한예종 교수 “미술은 사회구조 속에서 형성… 시대 전체를 봐야”

입력 2016-05-09 19:53
인간이 언어를 사용한 지는 5000년이 됐지만 그림을 그린 지는 4만년이나 됐다. 원시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서양미술사 4만년을 9권의 책으로 꿰어내겠다는 야심만만한 출판 작업이 시작됐다. 9일 출판사 사회평론은 지난 3년간 준비해온 ‘난처한 미술 이야기’ 1·2권(책 표지)을 선보이고, 2∼3년 내에 나머지 책을 완간하겠다고 밝혔다.

권당 500페이지가 넘고, 집필 기간도 5∼6년이 소요되는 이 방대한 저술 작업을 감당하고 있는 이는 양정무(49·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다.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마주 앉은 양 교수는 “미술을 흔히 작가의 소산이라고 얘기하지만 미술은 그 시대의 사회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면서 “하나의 작품, 한 명의 작가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시대 전체를 봐야 한다. 그래서 미술을 본다는 것은 그것을 낳은 시대와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양 교수의 책은 서양미술사를 국내 미술사학자가 방대한 분량으로 정리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교과서적인 정리 그 이상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 교수는 “일반적인 교양서를 쓰려고 한 건 아니다”며 “안전한 미술 이야기가 아니라 과감하고, 어쩌면 위험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1권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2권 ‘그리스·로마 문명과 미술’만 봐도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드러난다. 미술사를 작가나 작품이 아니라 사회사 중심으로 조명한다는 점, 서양미술사를 서술하면서 한국미술과 현대미술을 쉼 없이 호출하고 있다는 점, “동굴벽화는 아무도 모른다는 게 답이다” “서양미술의 팔 할은 고전미술이다” “미술사의 가장 큰 텍스트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등 참신하고 도전적인 해석 등이 그렇다.

양 교수는 “미술 작품과 작가에 대한 얘기는 그동안 많이 봤을 테니까 미술이 사회 구조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소통하는지 제 책을 통해서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책의 원고는 양 교수가 담당 편집자들에게 강의를 하고 편집자들이 그 강의록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책 한 권당 2시간짜리 강의 20회분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문답 형식으로 구성돼 읽기가 쉽고, 도판 자료도 충실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