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잇단 승전보… 한국 男골프 황금기 오나

입력 2016-05-09 21:11
왕정훈
한국 남자 프로골프는 2000년대 들어 최경주(46·SK텔레콤), 양용은(44·KB금융그룹)의 활약으로 황금기를 맞는다. 국내무대를 정복하고 2001년 미국프로골프(PGA)에 뛰어든 최경주는 2011년까지 통산 8승을 거두며 한국남자골프의 저력을 세계무대에 소개했다.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서는 2004년 3위, 2010년 공동 4위까지 올라 우승이 눈앞에 잡히는 듯 했다. 2011년 ‘제 5의 메이저’인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선수생활의 절정을 맞기도 했다. 최경주에 이어 미국무대에 뛰어든 양용은은 더 극적인 활약을 펼쳤다. 2009년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을 석권했다. 당시 세계최강 타이거 우즈(미국)를 상대로 펼친 역전우승은 지금도 회자된다.

최경주, 양용은을 이은 후배들이 올 들어 세계 각처에서 우승 소식을 전해오며 다시 황금기를 꿈꾸고 있다. 선배들과 차이가 있다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가 쇠퇴하면서 국내선수들이 생존을 위해 해외 투어를 두드린 결과다.

아시안투어에서 뛰는 왕정훈(21)은 9일(한국시간) 모로코 라바트의 로열골프 다르에스살람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하산 2세 트로피 대회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한 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나초 엘비라(스페인)를 제치고 우승했다. 올 시즌 유럽 투어 최연소 우승자(만 20세 256일)가 된 그는 한국 선수로는 8번째 유럽 투어 챔피언에 올랐다. 앞서 지난 달 유럽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는 이수민(23·CJ오쇼핑)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PGA 전초전쯤으로 여겨지는 유럽투어는 상위권 선수들의 실력은 PGA 투어 못지않다.

왕정훈은 주니어시절 필리핀으로 이민을 가 주니어선수 생활 대부분을 필리핀에서 활약했고, 중국투어를 거쳐 아시안투어와 유럽투어를 겸하고 있다. 유럽투어는 지난해 안병훈(25·CJ)이 신인왕에 오르면서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투어가 되고 있다.

일본투어는 국내선수의 또 다른 무대가 됐다. 2010년과 2015년에는 김경태(30·신한융그룹)가 상금왕에 올랐고 배상문(30·군입대)은 2011년 상금왕을 차지한 뒤 미국으로 진출했다. 김경태는 올 시즌 2승을 거두며 상금왕 2연패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아시안투어와 일본투어를 겸한 싱가포르오픈에서 송영한(25·신한금융그룹)이 당시 세계 1위였던 조던 스피스(미국)를 꺾고 우승, 한국골프의 매운맛을 알렸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