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 예비 초선의원 중에는 존재감이 돋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권에 전직 장관 등 무게 있는 관료들이 있다면 야권에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꽤 있다. 일관되게 경제 민주화를 주장, 재벌을 움츠리게 만든 시민단체 활동가가 있고 국방 부문에 정통해 국방부 등을 긴장케 하는 인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당선자도 파괴력 있는 인물중 하나다. 그는 늘 권력 핵심에 있었던 검사였다. 엘리트들이 모였던 공안 분야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법무부 장관과 국정원장 보좌관을 거쳤고 2년 전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청와대를 떠날 때는 공직기강비서관이었다. 현 정부 고위 공직자의 인사 파일 등이 그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공들여 영입한 것도 축적된 정보의 가치에 끌렸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그러나 그는 한결같이 “저격수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가 언론에 자꾸 등장시킨다. 지난 주말 “조 당선자가 정권 내부를 잘 알아 하나씩 터뜨릴 것”이라는 ‘우상호발’ 보도에 이어 어제 아침에는 우 원내대표의 라디오 인터뷰까지 있었다. 논란에 대한 우 원내대표의 해명과 조 당선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뭔가 ‘한방’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 것이 사실이다.
조 당선자는 청와대에서 나와 식당을 할 때나 정계 입문 후에도 이를 가장 경계해 왔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 그를 포함해 학교 선후배 몇 명이 만났다. 조 당선자가 도착하기 전 우리가 가장 걱정하며 나눴던 얘기도 국회에서의 역할이 ‘박근혜정부 스나이퍼’로 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정계 진출 명분이 훼손되고 역풍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새 국회가 개원도 하기 전에 ‘한건’이 거론되는 건 적절치 않다. 당사자는 죽어도 아니라는데 옆에서 먼저 군불을 때는 건 더더욱 아니다.
정진영 논설위원
[한마당-정진영] 우상호와 조응천
입력 2016-05-09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