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포천 운천반석교회] 화재로 타버린 교회… 강대상 하나 얻어놓고 복구는 ‘막막’

입력 2016-05-09 20:22
경기도 포천 운천반석교회 한성만 목사가 2일 새로 지은 예배당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한 목사는 “예배당만 새로 지었을 뿐 교회 운영에 필요한 물품은 거의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운천반석교회 제공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2시쯤이었다. 경기도 포천 운천반석교회 한성만(68) 목사는 사택에서 쉬다가 뭔가 타는 냄새를 맡았다. 혹시나 싶어 현관을 나서니 교회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당장 신고를 했고 소방차가 달려와 불을 껐지만 건물은 이미 잿더미가 돼 있었다.

화재로 각각 132㎡(약 40평), 66㎡(약 20평) 크기인 예배당과 교육관이 전소됐다. 피아노 에어컨 의자 앰프 컴퓨터 강대상 등 교회 집기와 성구도 모두 불에 탔다. 한 목사는 9일 본보와 통화에서 “화재로 모든 것이 사라지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불이 난 걸 처음 봤을 때 다리가 후들거리더군요. 삽시간에 모든 게 사라졌습니다. 화재로 폭삭 주저앉은 교회를 보니 망연자실하게 되더군요. 아내는 시내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돌아오는 길에 불이 난 모습을 봤는데, 역시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참사를 겪었지만 하나님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건물을 지으라는 뜻이었나 보다’라는 생각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불은 교회와 불과 3m 거리에 있는 돼지 축사에서 시작됐다. 축사 주인의 차량 배터리에서 튄 불꽃이 축사로 옮겨 붙었고, 화마는 축사와 교회를 차례로 집어삼켰다.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 규모는 7000만원이 넘었다. 무엇보다 예배를 드릴 공간이 사라졌다는 게 문제였다.

운천반석교회는 1993년에 세워진 작은 시골교회다. 출석 교인은 10명밖에 안 된다. 한 목사와 교인들은 화재 이후 사택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둥글게 둘러앉아 말씀을 나누고 찬양을 한다. 한 목사는 “예배당이 아니다보니 예배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축사 주인이 건넨 보상금으로 예배당은 지난 3월 새로 지었다. 아담한 규모의 조립식 건물이다. 하지만 의자나 피아노 등 교회 운영에 필요한 집기는 여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축사 주인 역시 형편이 어려워 피해액을 전액 보상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화재로 소실된 교육관도 새로 짓지 못한 상태다. 한 목사는 “3000만∼4000만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얼마 전 인근 교회 목회자가 쓰던 강대상을 하나 선물로 주긴 했지만 교회에 필요한 집기는 구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생각하면 막막할 뿐입니다.”

경기도 군포, 서울 등지에서 목회를 하던 한 목사는 2013년 운천반석교회에 부임했다. 한 목사의 사위가 섬기던 교회였다. 한 목사는 “사위가 경기도 수원으로 목회지를 옮기면서 은퇴를 얼마 앞두지 않은 제가 운천반석교회를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남1녀를 둔 한 목사는 자식들 중 2명을 목회자로 길러냈다. 그는 운천반석교회 재건을 위해 한국교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저희 교회 성도들 대부분은 돈도, 힘도 없는 어르신들입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피해를 어떻게 복구해야할지 해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한국교회의 많은 분들이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셨으면 합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