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 기존 입장 바뀐 것 없다”… 대북정책 그대로

입력 2016-05-09 04:00
북한 여성들이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퍼레이드 리허설을 마친 뒤 장식용 꽃다발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AP뉴시스

청와대와 정부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당 대회 개회사 및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와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는 김 제1비서가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을 ‘항구적인 전략노선’으로 선언하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한 데 더욱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는 우선 김 제1비서의 ‘세계 비핵화’ 언급은 전 세계 핵보유국이 비핵화에 나선다는 전제를 깐 것으로, 아무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인정받기 위한 측면이 크고, 향후 북측이 희망하는 핵협상에서 ‘핵 군축’ 요구 등 명분을 쌓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변화에 나서기를 기대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김 제1비서가 사업총화 보고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데 대해 “북측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일축했다. 통일부는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남북관계와 관련한 주장은 기존 북한 입장을 반복한 것”이라며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대남 위협과 도발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진정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대화와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북한 기존 입장에서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북측은 그동안 핵개발 또는 핵실험 중단을 거론하면서 항상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 여러 전제조건을 내걸어 왔으며, 이번에도 같은 차원이라는 얘기다.

김 제1비서가 남측을 겨냥해 ‘화해와 단합에 저촉되는 법·제도적 장치를 없애야 한다’고 거론한 것도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태인 현재 남북관계 책임을 남측으로 돌린 것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 분위기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여전히 보이지 않으면서 앞으로도 남북관계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북핵불용’의 확고한 원칙 아래 국제사회와의 대북 압박을 위한 공조 노력을 계속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대외행보 역시 흔들림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도발 가능성에 대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정권 공고화에 이용하려는 의도”라며 “오히려 더욱 강력한 제재에 직면해서 스스로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는 결과만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이 언제든지 5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김 제1비서의 남북군사회담 제안 역시 전형적인 대화공세의 한 패턴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북한의 대화 공세가 한동안 계속되더라도 이는 현재의 고립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한 차원일 뿐 진정성 있는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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