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연장 2차전 2억짜리 ‘파’… GS칼텍스·매경오픈서 극적 우승

입력 2016-05-09 04:00
박상현이 8일 열린 제35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뒤 세 살 된 아들의 손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그는 어버이날을 맞아 아들에게 받은 카네이션을 보며 우승을 다짐했다고 밝혔다. KPGA제공

박상현(33·동아제약)이 기어코 해냈다. 10살 어린 후배 이수민(23·CJ오쇼핑)과의 연장승부. 그러나 내 집처럼 훤한 남서울CC는 그에게 통산 5승이란 선물을 안겼다.

박상현은 8일 경기도 성남의 남서울CC(파72·6947야드)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35회 GS칼텍스·매경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에 보기는 2개로 막아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이수민과 동타를 이룬 그는 18번 홀(파4)에서 펼쳐진 연장 2차전에서 파를 잡아 보기에 그친 상대를 따돌렸다. 우승상금 2억원. 박상현은 2014년 8월 바이네르 파인리즈 오픈과 10월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2개 대회 연속 우승한 이후 약 19개월 만에 투어 통산 5승째를 달성했다. 시즌 상금 선두에도 나섰다.

◇어버이날 기쁜 선물

대회 코스인 남서울CC는 박상현에게 익숙한 코스다. 그는 남서울CC 소속 프로로 이 코스에서 10년 넘게 연습했다. 그럼에도 우승하지 못했다. 우승권에 들었다 뒤처지기 일쑤였다. 때문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꼭 우승컵을 안고 싶다”며 승리를 염원했다. 1라운드에서 공동 2위로 나서면서 선두권으로 나선 그는 전날 3라운드까지 선두 이수민에 2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전반에 2타를 줄인 뒤 이후 15번홀까지 지루한 파 행진을 이어갔다. 그 사이 선두 이수민도 3개 홀을 남겨놓고 2타를 더 줄이며 2타차의 팽팽한 간격을 유지했다. 이후 박상현은 16번홀(파5)과 17번홀(파3) 연속 버디로 1타차 공동 2위로 치고 올라오며 파란을 예고했다. 행운도 따랐다. 박상현이 먼저 8언더파로 경기를 끝낸 바로 뒤 챔피언조의 이수민이 이창우(23·CJ오쇼핑)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18번홀에서 통한의 보기를 범했다. 이수민의 드라이버샷이 카트 도로 옆 경사지에 떨어지면서 레이업을 했고, 세 번째 만에 그린에 올렸지만 보기에 그쳐 연장전에 들어갔다.

박상현은 “부모님이 대회에 잘 오시지 않는데 오늘 오셨다. 어버이날 좋은 선물을 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에 나오기 전 세 살 난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만든 카네이션을 줘 캐디백에 달고 경기했다. 그는 카네이션을 보며 긴장을 풀었다고 한다.

박상현은 그동안 일본에서 두 차례, 한국에서 한 차례 연장전에 들어갔지만 모두 패했다. “그 때는 2위도 좋다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고 술회한 박상현은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며 승리 비결을 밝혔다. 이어 “2005년 데뷔해 상금왕, 대상 등 큰 상을 한 번도 타지 못했다”며 “이번 우승을 계기로 만년 2위라는 꼬리표를 떼어 내겠다”고 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한 이수민과 이창우의 라이벌전

이날 승부는 챔피언조의 이수민과 이창우가 벌인 우정의 라이벌전에도 관심이 쏠렸다. 23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아마추어 시절에 이어 프로에 와서도 멋진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이창우가 18번홀 불운으로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이수민과 박상현의 연장 승부를 지켜봐야 했지만 이들은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보기 드문 명승부를 펼쳤다. 마지막 4개홀에서는 이수민과 이창우가 우승을 놓고 역전과 재역전을 주고받는 박빙의 승부였다.

이들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될 성 부른 나무’로 골프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1∼2014년에는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3년에는 아마추어로 프로대회에서 한차례씩 우승을 나눠가졌다. 이수민이 군산CC오픈에서 챔피언에 올랐고, 이창우도 질세라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은 이들에게 처음으로 좌절을 맛보게 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예상을 깨고 이들이 탈락한 것. 프로전향을 미뤄가며 아시안게임을 노렸던 이들은 좌절감을 맛본 채 지난해 프로에 데뷔했다. 지난해 군산CC오픈에서 다시 한번 우승하며 이창우를 제치고 KPGA 투어 신인왕에 오른 이수민은 지난 달 유럽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정상에 오르며 한 발 앞서가고 있다. 올해 일본투어에 진출한 이창우는 이수민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함께 뛰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