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핵화’ 첫 언급… 정부 “의미 없다”

입력 2016-05-08 18:11 수정 2016-05-08 21:08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국제사회 앞에 핵전파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에는 군 심리전 중단과 군사회담을 제안하며 관계 개선을 타진했다.

북한 언론은 8일 김 제1비서가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7차 노동당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공화국(북한)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제1비서는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보유국의 지위에 맞게 대외 관계 발전에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2013년 언론 논평 등에서 “세계의 비핵화를 떠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있을 수 없다”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김 제1비서가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하지만 “(핵·경제) 병진 노선은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 노선”이라고 말해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명시했다.

남북 관계에 대한 전향적 입장도 밝혔다. 김 제1비서는 이례적으로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우선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담을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의 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상태를 완화하는 등 상호 관심사를 포괄적으로 협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 심리전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김 제1비서는 “북과 남은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급의 대화와 협상을 적극 발전시켜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조국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남북은 지난해 8·25 고위급 합의에 따라 이산가족·금강산 관광 문제 등 현안 논의를 위한 1차 당국회담(차관급)을 열었지만 현격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었다.

정부는 김 제1비서의 비핵화 발언이 핵보유국 지위를 강변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에 불과하다고 본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발언은 세계적인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김 제1비서가 직접 핵개발 지속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이다. 북한이 진정성을 보일 때까지 대북제재와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회담 제안 역시 대북 제재 국면에서 진정성도, 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는 냉소적 입장이다. 통일부는 대변인 논평을 내고 “핵개발과 도발 위협을 지속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은 진정성이 없는 선전공세”라고 비판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4차 핵실험 이후 극도로 고조됐던 긴장 국면을 7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해소하고 대화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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