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 부양은 가족 책임이라는 인식이 변하고 있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10명 가운데 9명은 ‘자식들이 늙은 부모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10명 중 3명만 같은 생각을 한다. 전문가들은 “가족 구성원 내에서도 개인화가 진행되고 있는 결과”라면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 부양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5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조사에서 ‘누가 나이든 부모를 부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가족’을 고른 사람은 31.7%에 불과했다. 2002년에는 70.7%가 가족에게 부양의무가 있다고 답했다. 1998년에는 이 비율이 89.9%나 됐었다.
응답자들이 가족 대신 부양 의무를 져야 할 주체로 지목한 것은 ‘정부·사회’였다. 2014년 47.3%가 ‘정부·사회가 가족과 함께 노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답했다. 2002년 같은 대답은 18.2%에 그쳤다. 스스로 부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응답도 2002년 9.6%에서 2014년 16.6%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핵가족화를 넘어선 개인화에서 찾고 있다. 나아가 자식에게 노부모 부양 부담을 전담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홍승아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녀 돌봄도 사회화가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면서 “부모 부양 부담도 사회로 많이 이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노인세대 스스로도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부모를 부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해결’을 답한 사람을 연령대로 나누면 20∼49세는 약 14.0%가 이 견해를 밝힌 반면 60세 이상은 24.2%가 이렇게 생각했다.
2013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자식과 동거하기를 원하느냐’고 묻자 60세 이상 성인 73.0%는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같이 살고 싶다’는 응답은 27.0%뿐이었다. 2002년에는 ‘같이 살고 싶다’(53.0%)가 ‘같이 살고 싶지 않다’(45.8%)보다 더 많았다. 2014년 부모와 동거 여부를 묻는 조사에서 66.0%가 ‘부모님만 따로 살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홍 연구위원은 “가까이 살면서 자주 왕래하는 근거(近居) 형태의 가족 부양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세태기획] 父子 ‘외면’시대… “부모 부양해야” 31.7%뿐
입력 2016-05-08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