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大)화면 스마트폰과 가벼워진 노트북에 치인 태블릿PC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화면 크기를 늘리고, 태블릿PC 전용 키보드 출시 등의 노력에도 하락세가 이어지자 업계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8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은 465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190만대)보다 10% 줄었다. 2012년 3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업계 1위인 애플의 아이패드 출하량은 1030만대로 지난해 1분기(1260만대)에 비해 19% 감소했다. 삼성전자도 65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해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230만대 줄었다. 태블릿PC 시장 규모는 이미 지난해 4분기 때 처음으로 분기 기준 10%대 역성장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침체 국면이 시작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ABI리서치도 지난해 2억700만대를 기록한 전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이 2021년 1억4000만대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태블릿PC의 ‘추락’은 성능 면에서 노트북에 뒤지고 휴대성에서 대화면 스마트폰에 밀려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PC는 2010년 1월 애플이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PC와 스마트폰의 틈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 5.7인치 이상 대화면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울트라 노트북PC의 가격이 100만원대로 낮아지자 입지가 좁아졌다.
태블릿PC는 플래시메모리를 사용해 저장 공간이 평균 최대 256GB에 불과하지만, 노트북PC는 하드디스크를 사용해 최소 수백GB의 저장 공간을 지원해 성능 차이가 난다. 다른 기기와의 호환성이 떨어지는 점, 스마트폰에 비해 긴 교체주기도 문제로 꼽힌다.
침체된 태블릿PC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한 게 B2B 시장이다. 개인보다 기업에서 업무용으로 태블릿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현대·기아자동차와 계약을 맺고 1만명에 달하는 영업사원에게 ‘TOPS’라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 깔려 있는 ‘갤럭시탭S2’를 공급했다. 탑스는 고객에게 차량 견적을 보여주고 계약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영국의 주요 맥도날드 매장에 자사의 태블릿PC를 공급하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 3월 신제품 공개 당시 교육과 의료 분야에 활용 가능한 아이패드 전용 서비스를 공개했다. 또 백화점 내 명품관이나 플래그십 스토어에 아이패드를 비치하는 ‘고급화’ 전략도 쓰고 있다. LG전자도 자사의 태블릿PC인 ‘G패드 Ⅱ’에 어학 관련 콘텐츠를 탑재해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C에 비해 저렴하고 휴대성이 좋은 태블릿PC가 교육과 출판 업계 등 B2B 시장의 새로운 강자가 될 수도 있다”며 “다만 기업이 원하는 콘텐츠와 전략을 제대로 짜야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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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