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내수시장 신차·RV 빼면 ‘속빈 강정’… 하반기 걱정되네
입력 2016-05-09 04:05
자동차 내수시장이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에 힘입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판매 실적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반기 신차 출시가 집중되면서 특정 차급과 차종에 판매량이 몰린 것으로 집계된다. 주목받지 못한 다른 차들은 판매량이 감소했다. 수출은 지난해 11월 이래 6개월째 감소 중이다. 이에 따라 개소세 인하가 끝나는 하반기에 ‘판매절벽’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슬아슬 내수=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량은 총 13만96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특히 기아자동차는 4만8505대를 팔아 지난해 4월보다 12.1% 늘었다. 1년 사이 판매량이 무려 5455대나 증가했다. 신형 K7이 238.1% 급증한 5504대가 팔리며 실적을 견인했고, 올해 새로 나온 친환경 소형 SUV 니로는 2440대, 풀체인지된 모하비는 43.7% 늘어난 1664대가 팔렸다.
그러나 신차와 인기가 꾸준한 레저용차량(RV)을 제외하면 전체 실적은 부진했다. K7을 제외한 승용차 판매는 모두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모닝(-28.6%)과 레이(-29.2%) 프라이드(-29.6%) K3(-10.5%) K9(-38.8%)의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RV 중에서도 모델이 오래된 카렌스(-45.3%)와 쏘울(-26.7%)의 감소폭도 컸다.
2004년 이래 최대 4월 판매량을 경신한 한국지엠은 경차 스파크의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스파크는 전년 동기 대비 62.4% 증가한 7273대가 팔렸다. 반면 아베오와 크루즈는 판매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캡티바와 올란도는 30%대의 판매량 감소율을 보였다. 전량 수입 판매하는 준대형 임팔라는 1323대 판매에 그쳤다.
쌍용차의 경우 지난해보다 판매가 증가한 차량은 티볼리와 티볼리에어가 유일하다. 티볼리 브랜드는 티볼리 에어가 가세하면서 출시 이후 월 최대 판매실적인 7788대를 달성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57.2% 증가한 실적이다. 하지만 체어맨, 렉스턴, 코란도C, 코란도 스포츠 판매는 모두 감소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중형세단 SM6는 지난 3월 6751대, 지난달 5195대가 팔리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반면 SM5는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대비 1289대 줄면서 62.8% 급감했다. SM6가 타사 중형세단 수요뿐만 아니라 자사의 수요자들을 일부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4월 대비 판매량이 감소한 현대차는 거의 모든 차종에서 판매가 줄었다. 그나마 싼타페가 판매량이 증가하며 체면을 차렸다.
업계 관계자는 8일 “차 내수시장이 호황을 맞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개소세 인하에 따른 ‘반짝 특수’에 불과하다”며 “각 업체들이 밀어내기식으로 물량을 뽑아내면서 상반기에 판매량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내수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올해 예정된 신차는 이미 상반기에 대부분 출시된 상태다. 하반기 주목받는 차는 현대차의 제네시스 G80과 기아차의 풀체인지 모닝, 르노삼성차의 QM5 풀체인지 모델 정도다.
◇6개월째 내리막길 수출=자동차 수출량은 지난 1월 19.7% 급감하다 이후 다소 감소폭이 완화됐지만 지난달 다시 19.0%로 커졌다.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에 국내 판매 증가에도 불구하고 4월 자동차 생산은 13.1% 줄었다.
수출 부진은 이른 시간 내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 감소의 근본 원인인 중동, 중남미 등 주요 수출국의 경기침체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동 수출은 43.7%나 급감했고 중남미도 25.1% 감소했다. 이들 지역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구매력 감소 영향을 받고 있어 회복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낮아지거나 없어진 미국,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 지역 수출은 늘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동, 중남미 등 경기침체와 조업일수 감소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성열 조민영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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