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별세, 마지막 LG 창업주 세대… 형제경영 기틀 마련

입력 2016-05-08 18:53

구태회(사진) LS전선 명예회장이 7일 오전 서울 강남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구 명예회장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으로 창업 1세대 6형제 중 넷째다. 그를 마지막으로 회(會)자 돌림을 쓰는 범LG그룹 창업 1세대가 모두 유명을 달리하게 됐다.

고인을 비롯한 1세대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LG그룹, LS그룹, LIG그룹 등을 일궈낸 주역이자 가문의 정신적 지주로서 범LG가 구성원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구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에 범LG가는 큰 슬픔을 표시하면서 장례를 치렀다.

구 명예회장은 1923년 경남 진주 지수에서 태어나 진주공립중, 일본 후쿠오카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럭키화학 전무로 기업인의 첫발을 내디뎠다. 1958년 정계에 입문해 제4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6∼10대 6선 의원을 지냈다. 1973년 무임소 장관(정무 장관), 1976년 국회부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1982년 LG그룹 창업고문으로서 기업에 복귀했다.

고인은 동생인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과 함께 2003년 LG에서 계열 분리해 LS그룹을 창립했다. LS그룹 형제경영의 기틀을 마련하고 공동경영 정신을 안착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태회·평회·두회 3형제의 유지이자 공동경영 정신은 2013년 LS그룹 초대회장인 구자홍 회장에 이어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현 회장에게로 그룹 경영권이 승계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촌 간 경영승계는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LS그룹은 전력·전선·에너지 중심 기업으로 2003년 이후 건실하게 성장해 왔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최무 여사와의 사이에 장남 구자홍 LS-니코동제련 회장, 구근희씨,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혜정씨, 구자명 전 LS-니코동제련 회장, 구자철 예스코 회장 등 4남2녀를 뒀다. 구 명예회장이 15세이던 1938년 결혼한 최 여사와는 2009년 결혼 70주년을 맞이하는 등 부부가 70년 해로한 것으로 유명하다. 구 명예회장은 2010년 미수연에서 “70여년을 함께해준 아내 최무 여사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전한다”며 각별한 부부애를 보여주기도 했다. 장남 구자홍 회장은 “두 분이 반세기 이상 해로하고 영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존경과 배려의 힘이 큰 것 같다”며 “가족 모두가 이런 두 분의 정신을 이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