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기업의 부담을 대폭 줄인 공시·회계 제도 개선방안을 8일 발표했다. 과다한 공시 내용을 간소화하고 지정감사 비용도 덜어주겠다는 취지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를 지나치게 완화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분·반기 사업보고서의 기재항목을 연간사업보고서보다 25% 줄이고, 300쪽 안팎의 투자설명서도 10쪽 분량으로 줄이도록 제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분기나 반기마다 작성하는 보고서는 준비 기간도 짧고, 수치 변화도 크지 않으니 113개 공시항목 중 30여개는 생략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생략을 검토하는 항목은 △배당 △생산능력·생산실적·가동률 △향후의 주요 투자 계획 △대손충당금 설정현황 △재고자산 현황 등이다. 투자설명서도 대폭 줄여 발행조건, 요약재무제표, 투자위험 및 기업 주요 이슈 등으로 항목을 간소화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설명서가 얇아지면서 인쇄·발송 비용도 평균 1억6000만원 정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현재를 알 수 있는 생산가동률이나 미래를 보여주는 투자 계획 등이 빠진 보고서는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또 기업 상장 시 복수의 감사인과 협상해 지정감사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상장예정기업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았다. 금융위는 “자유선임할 때보다 감사보수가 3배 늘어나 벤처기업엔 부담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더라도 지정 사유가 경영 부실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 지정 감사를 받지 않도록 했다.
서울의 한 경영대 교수는 “상장 과정의 회계 감사는 수백억원의 투자를 받기 위한 검증절차이고, 관리종목 지정사유가 타당하지 않으면 기준을 바꿔야 하는 것인데 감사비용만 줄여주려 했다”며 “부실 회계로 인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계투명성을 오히려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도 “감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껴야 할 돈이라고 보는 시각 자체가 문제”라며 “기업의 몇 푼을 아껴주려고 투자자들을 외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성원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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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사업보고서 간소화 “투자자 보호 외면” 비판도
입력 2016-05-08 18:45 수정 2016-05-09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