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모(76) 할머니는 50대에 병으로 남편을 떠난 보낸데 이어 아들마저 사고사를 당해 딸과 사위에 의지해 살았다. 사위마저 지난 2011년 사망하면서 경제적으로 힘든 나날이 지속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혈압과 허리통증까지 찾아왔다. 할머니는 “더 이상 살아서 뭐하나”며 자포자기했다. 수술도 포기한 채 집에 홀로 칩거하며 세상과 등지다시피 살았다. 이런 할머니를 다시 일으켜 세운 천사가 있었다. 바로 경기도 하남시 보건소에 근무하는 박준선(41·여) 간호사였다.
박 간호사는 긴급의료비 지원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지정을 통해 할머니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매주 한 번씩 할머니를 찾아 말벗도 돼주며 정서적 안정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박 간호사의 도움으로 경제적·정서적 안정을 되찾은 할머니는 하남시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난타 등 각종 운동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노래자랑까지 참가했다. 외부의 ‘관심’이 엄청난 보약의 효과를 낸 것이다.
경기도는 2012년 초부터 시행한 ‘홀몸어르신 365일 햇빛 쬐기’ 사업이 노인들의 생활 활력은 물론 의료비 지출, 병원 방문 횟수, 우울증 감소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홀몸어르신 365일 햇빛 쬐기 사업은 보건소 간호사들이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말벗도 돼 드리고 육체적·정신적 건강문제들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사업이다. 2015년 말 현재 도내에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408명으로 구성된 방문전담인력이 9868명의 독거노인을 돌보고 있다.
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독거노인들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3만5767원으로 사업시작 초기인 2012년 초 6만3385원 대비 거의 절반 수준(43.6%)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병원 방문횟수 역시 2.9회에서 1.9회로, 15점 만점인 우울점수는 6.6점에서 5.5점으로 감소했다. 2013년 초 26.2%에 이르던 칩거율은 2015년 말 19.3%로 줄었으며, 자살에 대한 생각 역시 26.7%에서 11.6%로 대폭 줄었다. 자살시도율도 3.1%에서 0.5%로 급감했다.
이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가톨릭의대 정혜선 교수는 “간호사가 독거노인의 가정을 방문하면서 독거노인이 겪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상당부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지속적인 사례발굴과 함께 주민참여형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독거노인에 최고의 보약은 ‘관심’… 말벗 돼 주니 우울증·의료비 확 줄어
입력 2016-05-08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