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구조조정은 무엇보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환부를 빨리 도려내지 않으면 상처는 깊어지고 병균은 퍼진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 임박했다고 하는 이유도 이런 까닭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의 키를 쥔 핵심 주체들은 혼선만 빚고 있어 걱정스럽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은 구조조정의 재원인 국책은행 지원 방안을 놓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때로는 상대를 향해 감정이 담긴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지난달 26일 구조조정 기본계획과 방향이 발표된 지 보름이 다 되도록 자금 조달 방안조차 정리되지 않았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는 ‘배가 산으로 가도 한참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들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구조조정의 성과는커녕 금융시장의 불안만 확산일로다. 금융기관들의 여신 회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멀쩡하던 기업도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용경색에 맞닥뜨렸던 1998년 외환위기 때의 악몽이 떠오른다.
기획재정부와 한은 등은 더 이상 이견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각 기관의 특성에 따라 입장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갈등 양상 조짐마저 보이는 태도는 삼가야 한다. 나라경제의 명운이 달린 중차대한 현안을 앞에 두고 지나치게 다른 목소리를 내서는 곤란하다. 언제까지 한은의 국책은행 지원방법을 놓고 시간을 보낼 것인가. 금명간 합의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 부총리가 한은 총재와 만나 문제를 풀어야겠다. 구조조정의 실무 사령탑은 금융위원장이지만 실효 있는 ‘폴리시 믹스(정책조합)’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의 역할이 긴요하다. 유 부총리는 마치 남의 잔치에 온 손님처럼 언론을 상대로 이런저런 말만 쏟아놓을 때가 아니다.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한 방법이 한은의 직접 출자이든 대출이든 이제 결론을 맺어야 할 때다.
우리 앞에 놓인 구조조정은 글로벌 장기불황에 대비해 국내 산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선제적 작업이다.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당국자들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사설] 경제부총리·한은총재는 언제까지 혼선 빚을 건가
입력 2016-05-08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