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경제 ‘올인’하겠다며 개혁·개방 단호히 거부

입력 2016-05-08 18:15 수정 2016-05-08 21:10

36년 만에 열린 노동당 대회였지만 새로운 건 없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6∼7일 이틀간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總和) 보고를 했지만 과거 내용을 ‘재탕’한 수준이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정책을 새롭게 포장하거나 자기 업적을 과시하는 데 그쳤다.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개혁·개방’은 단호히 거부했다.

김 제1비서는 “사회주의 강국은 국력이 강하고 끝없이 융성 번영해 인민들이 세상에 부럼 없는 행복한 생활을 마음껏 누리는 천하제일 강국”이라고 말했다. 4차 핵실험으로 ‘핵·경제 병진노선’의 한 축이 완성된 만큼 이제부터는 경제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경제 강국 건설은 현 시기 우리 당과 국가가 총력을 집중해야 할 기본 전선”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 방법론으론 ‘자강력 제일주의’를 다시 들고 나왔다. 바깥으로 문을 여는 게 아니라 다시 고립 속에서 ‘경제 강국’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사상과 경제발전 등 내치에 중점을 뒀지만 새로운 전략이 없다”면서 “선대의 성과에 기대 기존 사상을 강화하고 발전노선을 반복하려는 점이 보인다. 김 제1비서 자신만의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혁·개방 노선 또한 배척 대상이다. 김 제1비서는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세계정세를 평가하면서 “개혁’ ‘개방’ 바람도 선군총대의 기상으로 날려버리며 우리가 선택한 사회주의의 길을 따라 곧바로 전진했다”고 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택한 중국과 베트남 등을 겨냥해 “미국의 군사적 압력과 전횡에 기가 눌려 원칙을 저버리고 타협과 굴종의 길로 나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제1비서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5개년 전략 수행기간에 당의 새로운 병진노선을 틀어쥐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민경제 선행부문, 기초공업 부문을 정상궤도에 올려 세우고 농업과 경공업 생산을 늘려 인민생활을 결정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계획이 아니라 전략으로 나온 점에 주목된다”면서도 “구체성이 없어서 향후 어떻게 구체화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외 정책과 관련해선 다소 유화적인 언급이 있었다. 김 제1비서는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는 관계를 개선하고 정상화해 나갈 것”이라며 “자본주의 나라들과도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행 국제질서를 받아들일 생각은 전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일부 발언에선 김일성 주석 시절에나 통할 법한 냉전적 발상도 엿보였다. 김 제1비서는 “부정의가 판을 치는 낡은 국제질서를 마사버리고(부수어버리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새 국제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 결의를 내놓은 유엔 안보리를 겨냥해 “정의와 진리가 짓밟히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더 이상 허용되고 묵인돼선 안 된다”고 비난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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