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회삿돈? 정운호-네이처리퍼블릭 수상한 거래

입력 2016-05-08 18:29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로비 의혹을 확인 중인 검찰이 정 대표와 네이처리퍼블릭 간 500억대 단기차입·대여금 거래를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정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을 100% 소유했던 당시 홍콩과 하와이, 상하이 등 해외법인들에 흘려보낸 수십억대 현금출자금의 성격도 규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네이처리퍼블릭 등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대규모 압수수색 자료들을 통해 자금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 대표의 최측근인 네이처리퍼블릭 부사장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돈의 흐름에 정 대표 주변의 브로커들이 얽히는지, 브로커들의 발언에 등장하는 정·관계 인사들이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검찰은 정 대표의 도박 및 로비 자금의 원천이 네이처리퍼블릭으로 규명되면 지난해 원정도박 수사 결과와 별개로 새로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가 궁할 때, 회사 금고가 열린다

8일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정 대표와 네이처리퍼블릭 사이에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51억8000만원가량의 금전 차입·상환이 이뤄졌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운영자금 명목으로 정 대표로부터 거액을 빌린 뒤 갚아나가는 방식이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채무는 2010년 정 대표로부터 299억원을 빌린 뒤 몸집이 점점 커졌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상환은 2012년과 2014년 집중됐다. 2012년에는 245억여원, 2014년에는 197억여원을 정 대표에게 갚았다. 이 시기는 정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으로 큰 빚을 진 때다. 정 대표는 범서방파 계열 광주송정리파 조직원 이모(41)씨를 통해 2012년부터 마카오 씨오디호텔 정킷방(고급호텔 카지노에 수수료를 주고 빌린 VIP룸)을 방문, VIP 바카라를 즐겼다. 2014년 9월에도 같은 경로로 마카오를 방문했다.

2014년 네이처리퍼블릭이 정 대표로부터 빌린 돈을 완전히 탕감한 뒤에는 거꾸로 정 대표가 거액을 빌렸다. 정 대표는 지난해 1월 17억9200만원을 빌렸고, 1개월여 뒤 상환했다. 회사 운영자금과 별도 계정으로 처리된 특수관계자 단기대여금 형식이었다.

문제 시기마다 빈번했던 정 대표와 네이처리퍼블릭 간의 차입·대여 거래는 지난해 검찰의 원정도박 수사 과정에서도 ‘사금고화’ 여부로 조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정 대표는 회사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도박 수사에서 일단락됐던 대표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는 법조비리, 롯데면세점과 지하철 입점 로비 등의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다시 한 번 검찰의 주목 대상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범죄 의혹이 제기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며 “로비 의혹 관련 자금들이 회삿돈인지 철저하게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로 흘려보낸 돈, 목적이 불분명한 돈

실제로 정 대표는 ‘환치기’ 조직원에게 도박대금을 지급해 외화를 송출했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네이처리퍼블릭 보유 자금을 이용해 도박빚을 세탁했다는 것이 수사와 1심 판결로 입증된 상태다. 탈세와 돈세탁에 해외법인을 적극 이용하는 기업범죄의 특성상 홍콩, 상하이, 베이징 등 해외법인에 투입된 네이처리퍼블릭의 현금출자금을 추적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아시아와 하와이, 미국 등으로 송금한 돈은 2013년 11억여원에서 2014년 20억여원, 지난해 37억여원으로 점차 늘었다.

사용 목적이 불분명한 비용을 지급하게 됐을 때 법인이 임시 계정으로 처리하는 ‘주임종단기채권’과 로비자금과의 연관성도 주목된다. 네이처리퍼블릭과 함께 도박대금 정산·세탁에 활용된 에스케이월드의 경우 2014년부터 주요 경영진에게 17억여원어치의 ‘주임종단기채권’을 발행했다. 금융 당국은 주임종단기채권을 대주주의 사금고화의 주요 통로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 대표가 사내이사로 등재된 에스케이월드는 2009년 7월 서울도시철도공사 해피존 사업 입찰을 위해 설립됐다. 해피존 사업과 관련해서도 로비 의혹이 제기됐고, 정 대표 주변의 거물급 브로커 1명이 거론되고 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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