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다모여’ 운영자 전병준 “바울도 이 시대라면 SNS로 전도했을 것”

입력 2016-05-08 19:40 수정 2016-05-08 21:05
전병준씨가 최근 인천 부평구 광장로 한 카페에서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기독교다모여’를 소개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인천=강민석 선임기자
'기독교다모여' 페이스북 페이지. 인천=강민석 선임기자
7만4776명.

전병준(26)씨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기독교다모여’의 구독자 수(8일 기준)다. 기독교다모여는 상업성을 배제한 개신교 관련 페이지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전씨가 여기에 복음을 담은 글을 올리면 최소한 7만4776명에게 전달된다. 서울올림픽공원 올림픽체조경기장(수용인원 1만4730명)을 5차례 만원 관중으로 채운 뒤 복음을 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구독자들이 ‘좋아요’나 ‘공유하기’를 누르면 복음을 접하게 되는 사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최근 인천 부평구 광장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씨는 ‘패션 피플’들의 필수 아이템인 스냅백(창이 평평한 모자)을 쓰고 있었다.

◇바울의 페이스북=웬만한 대형교회보다 더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전씨는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다. 미디어학을 전공했는데 교수가 수업시간에 게임의 목적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었다. “게임은 사람들을 중독시키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몰입을 해야 게임을 다시 찾게 되고, 그래야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수많은 콘텐츠들이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교회에선 미디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미디어 금식’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교회는 미디어를 거부하고 있지만 성경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딤전 4:4)라고 말하고 있어요. 미디어가 발전하는 것에도 분명 하나님의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요. 미디어를 끊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목적대로 사용하는 게 중요한 것이죠.”

미디어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울은 옥중서신을 쓸 때 양피지를 이용했다. 그러려면 양의 가죽을 벗겨내 털을 깎고 글을 쓰기 좋게 얇은 두께로 다듬어야 한다. 글을 써내려가다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완성된 글을 교회에 전달하기 위한 사람도 필요하다. 전씨는 “그렇게 어렵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바울이 만약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떤 도구를 사용했을까요”라고 물은 뒤 스스로 이렇게 답을 내렸다.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할 수단을 찾기 위해 애썼을 것이고, 아마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했을 겁니다.”

◇모일수록 흩어진다=‘기독교다모여’는 전씨가 만든 게 아니다. 전씨는 처음 페이지를 개설한 고등학생으로부터 2014년 9월에 페이지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미디어를 하나님의 목적대로 잘 활용하려면 먼저 미디어에 대해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구독자의 연령대와 가장 많이 접속하는 시간대 등을 분석했다. 어떤 식으로 게시물을 올려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는지도 연구했다. 처음 운영권을 받을 때만 해도 500명 정도에 불과했던 구독자 수는 1년7개월 만에 7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한번은 안티기독교인이 페이지에 들어와 욕설과 막말을 퍼부었다.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기독교에 대한 악감정이 더 커질 것이란 생각에서 댓글로 정중하게 기독교에 대해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댓글을 주고받던 안티기독교인이 마지막에 단 댓글은 이런 내용이었다. ‘아는 목사님의 안 좋은 모습 때문에 교회에 대한 오해가 있었는데 진짜 기독교의 모습은 그게 아니었군요.’

전씨는 현재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에 있는 미션파트너스(상임대표 한철호 선교사)의 간사다. 미션파트너스는 변하는 세계 선교 상황에 맞춰 선교전략과 대안을 개발하는 선교사역단체다. 그가 기독교다모여 페이지에 복음 담은 글을 올리는 것도 SNS가 대세인 요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의 선교라는 점에서 미션파트너스의 목표와 크게 다르진 않다.

페이스북은 구독자가 ‘좋아요’를 누르면 구독자의 친구들에게도 게시글이 노출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예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 그는 “페이스북의 특징은 많이 모일수록 많이 흩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구독자 수가 늘어날수록 콘텐츠의 확산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진다는 의미다. 기독교다모여 페이지 소개란엔 이런 페이스북의 특징과 일맥상통하는 성경구절이 적혀 있다. ‘우리는 모이기를 그만하지 말고, 서로 격려하여 그날이 가까워 오는 것을 볼수록, 더욱 함께 모입시다.’(히 10:25)

인천=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