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프리존’ 의료민영화 우회로?

입력 2016-05-08 17:42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19대 국회의 쟁점이 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 법안이 의료 민영화를 도입·확산시키는 우회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법안의 공식 명칭은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으로, 지난달 24일 여야 3당 대표가 상임위 논의에 합의했다. 가능한 한 19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만들어진 특별법안에서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지방자치단체 조례만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한 부분과 신규 사업자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기업실증특례 조항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8일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은 공공적 규제를 없애는 심각한 규제완화 법안”이라며 “병원이 영리사업을 무제한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병원을 상업화시키고 국민 의료비를 폭등시킬 조처”라고 비판했다.

현재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는 의료법에 규정돼 있는 장례식장, 주차장, 조사연구, 의료인 양성으로 국한돼 있다. 병원이 이외의 사업을 하려면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특별법안은 지자체의 조례만으로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할 수 있게 했다. 규제프리존 내에서 지역전략산업과 관련된 부대사업만으로 한정하긴 했지만 법안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병원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 자회사 허용은 2년 전 의료계 반발로 무산된 내용이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의 기업실증특례 조항도 쟁점이 되고 있다. 기업실증특례 제도는 규제프리존에서 신규 사업을 개시하는 사업자가 특례조치를 제안하면 안전성 확보를 조건으로 기업 단위로 규제의 특례조치 적용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의료계는 기업실증특례제도를 통해 기업체가 의료기기법에서 규정한 허가나 인증을 받지 않고도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도입해 환자에게 사용을 반강제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한다.

정부의 지역전략산업 육성 계획에는 스마트 헬스케어(강원도), 바이오의약(충북), 유전자·의약(대전), 스마트 의료기기(경북) 등 의료 관련 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정부는 의료계 반발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기업실증특례의 경우 관련법이 없어 신기술과 신제품의 허가를 줄 수 없을 때 법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권한을 주는 것이 기업실증특례라는 설명이다. 규제프리존에서 지역전략산업과 관련된 사업 등을 추진할 때에만 시·도지사에게 기업실증특례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부처의 검토를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종적으로 특례 부여를 결정하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의약품은 의료법, 의료기기는 의료기기법이 있기 때문에 일단 걸러낼 수 있다”면서 “관련법이 없어도 관계부처나 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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