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에 ‘푹’ 빠져 있으니, 하나님이 벌을 주셨다. 참다 참다 사랑의 매를 드신 것이다.
사고가 난 날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집에 차타고 오는데 경기도 광주 곤지암 근처에서 앞차를 들이받았다. 비상깜박이를 켤 틈도 없었다. 잠시 뒤 8t 트럭이 내 차를 쾅하고 들이받았다. 내 차는 때굴때굴 구르며 전복됐다.
앞차 할아버지가 피투성이가 돼 “살려주세요” 소리쳤다. 나는 그것을 보고 곧바로 기절했다. 앰뷸런스가 와서 나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정신을 차리니, 내 몸에 주사바늘이 여러 개 꽂혀 있었다. 왼쪽 뇌에 피가 몰려 있다고 했다. 터지면 죽을 수도 있었다.
수술동의서를 받아든 집사람은 의사에게 물었다.
“남편의 머리를 수술하면 정상일 때와 어떻게 다른가요?”
“좀 머리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또 말을 더듬을 수도 있고 정상 때보다 좀 모자랄 수 있습니다.”
집사람은 남편의 머리가 아직 터지지 않았으니 약물치료를 하자고 했다. 반면 의사는 수술을 권했다. 서로 우기다 결국 집사람이 이겼다. 독일 약을 수입해 3개월간 중환자실에서 먹고 쾌차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였다. 머리 수술후 ‘헤롱 헤롱’하고 다녔으면 어찌할 뻔 했는지. 하나님은 능히 감당할 시험만 주시는 것 같다.
중환자실이라 건달들 면회도 안됐다. 도박 빚 2500만원에 그동안 이자 2250만원이 불어났다. 일반병실로 옮기니 건달들이 다시 찾아왔다.
“당신 3개월 동안 밀린 이자가 2250만원이오. 원금까지 4750만원을 모두 갚지 않으면 어부로 만들어주겠소. 방송국에 전화해 출연료도 압류시키겠소.” 무서웠다. 또 집사람이 내가 노름빚까지 많이 진 것을 모두 알게 됐다.
“아이구 내가 못살아.”
집사람은 대성통곡을 했다. 갓 돌이 지난 아들까지 두고 집을 나갔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병원에서 환자들과 노름을 했다. 돈 따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근데 아들을 보니 너무 불쌍했다.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먹고 죽으려고 시도했다. 뚝뚝 눈물이 떨어졌다.
그때 누군가 가방을 든 사람이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 믿으실 분 없습니까? 두 번 남았습니다. 예수 믿으실 분? 자 마지막 구원열차입니다. 삼세번입니다. 예수 믿으실 분?”
나는 ‘픽’ 웃었다. 처음엔 책장사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전도를 다니는 목사였다.
목사는 “혹시 연예인 아니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예수 믿어야 천국 간다”고 했다.
‘저 사람이 내가 죽을 것을 어떻게 알았지’
“천국은 어떻게 가는 건가요?”
“예수를 믿어야 갈 수 있습니다.”
기왕 죽을 거, 믿고 죽으면 천국 갈 것 같았다. 그래서 “믿으면 되잖아요”라고 말했다. 목사는 내게 영접기도를 해 주었다. 그리고 약을 뺏어 갔다. 열심히 기도하면 하나님이 반드시 들어주신다고 했다. 함께 기도했다.
8일 뒤 집사람이 돌아왔다. 9일 뒤엔 교통사고 합의금 25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돈으로 노름빚을 해결했다. 이후 그 목사의 교회를 다니게 됐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역경의 열매] 교통사고에 노름빚에… “차라리 죽자, 예수 믿고”
입력 2016-05-08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