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위해성 알고도 옥시 본사가 은폐했다” 영장 청구된 서울대 교수 주장

입력 2016-05-06 21:11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영국 본사가 2011년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을 파악하고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검찰은 은폐에 관여한 옥시의 주요 임원들을 파악해 모두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살균제 실험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서울대 수의과대 조모(56) 교수는 6일 “2011년과 2012년 옥시 한국법인 대표와 미국, 호주에서 온 옥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구속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쏠리는 비난이나 책임 소재를 옥시 쪽으로 넘기기 위해 그간의 경과를 공개한 측면도 있다.

조 교수에 따르면 2011년 10월 진행된 가습기 살균제의 생식독성 실험에서 명백한 독성이 확인됐다. 그는 같은 해 11월 17일 중간보고서 형태로 이 사실을 옥시에 알렸다고 한다. 그 12일 뒤에는 옥시 한국법인 대표와 미국, 호주에서 온 옥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파워포인트 자료로 결과 발표까지 했다.

2012년 2월 17일에도 옥시 한국법인 대표와 외국에서 온 옥시 연구원들에게 13주에 걸친 생식독성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옥시 측 법률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도 당시 설명회에 참석했다. 두 번의 실험결과 발표를 통해 한국 옥시와 영국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문제를 파악해 공유했다는 게 조 교수 항변이다.

조 교수는 생식독성 실험에서 문제가 드러나자 옥시 측이 흡입독성 실험만 분리해 보고서로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같은 해 4월 18일 최종보고서 형태로 흡입독성 실험 결과를 옥시에 넘겼다. 그는 이때도 ‘흡입독성 실험 결과 폐섬유화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전신독성 유발 가능성이 있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고 했다.

이후 2013년 4월 18일 김앤장의 요청으로 구체적인 실험 데이터까지 모두 제출했지만 검찰에는 옥시에 유리한 실험 결과만 제출됐다.

조 교수는 “옥시와 김앤장이 유리한 부분만을 발췌해 제출한 경위에 매우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보고서 일부 데이터에 불완전한 부분이 있었지만, 결과를 조작하거나 왜곡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조 교수는 옥시로부터 연구용역비 2억5000만원 외에 개인계좌로 3개월간 400만원씩 모두 1200만원을 받은 사실도 인정했다. 그의 구속 여부는 7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결정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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