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대회 첫날 표정… 김정은 고난의 70년 회고, 정당한 후계자 자처

입력 2016-05-06 18:02 수정 2016-05-07 00:24
조선중앙TV는 6일 북한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주석단에 나오자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6일 열린 7차 노동당 대회 개회사에서 지난 70년의 북한 체제 역사를 회고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이은 정당한 후계자임을 재확인하겠다는 의도다. 그는 “우리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되신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김정은 동지께 가장 숭고한 경의와 최대의 영광을 삼가 드린다”고 말했다.

◇고난의 70년…‘혁명 동지들’은 떠나가고=김 제1비서는 과거 노동당에 기여하고 숨진 사람들을 하나씩 호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바친 고귀한 피와 희생의 대가가 있어 우리 혁명에 빛나는 승리가 있었고, 사회주의 조국에 오늘의 영광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6차 당 대회 이후 북한 체제가 겪었던 고난을 상기시켰다. 그는 “우리 혁명 정세는 매우 엄혹하고 복잡했다”면서 “세계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제국주의 연합 세력의 반사회주의 공세가 우리 공화국에 집중되고, 전대미문의 시련의 시기에 우리 당과 인민들은 제국주의 세력과 단독으로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됐다”고 했다.

김 제1비서는 이례적으로 양복에 넥타이 차림으로 주석단에 등장했다. 평소 입던 검은색 인민복과는 다른 차림이다. 양복은 할아버지인 김 주석이 자주 입던 복장이다. 아버지 김 위원장의 ‘선군’이 아닌 당 중심의 체제를 복원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일제히 김정은 우상화 나선 언론…당 대회 내용은 ‘침묵’=조선중앙TV는 평소보다 7시간이나 빠른 오전 8시(평양시 기준)부터 특별 방송을 시작했다. 노동당을 ‘영원한 김일성·김정일 동지의 당, 김정은 동지의 당’으로 부르는 서사시를 낭독하면서 3대에 대한 우상화에 주력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 만세’란 제목의 정론에서 “우리 당의 창건자이신 위대한 김일성 동지, 우리 당의 영원한 총비서이신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높이 모신 영광의 대회장에 찬란히 빛나는 우리 태양 김정은 동지를 이제 온 세상이 우러를 것”이라고 찬양했다.

전날인 5일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김씨 일가 찬양가인 ‘세상에 부럼 없어라’에 김일성상과 김정일상이 수여됐다. ‘백두혈통’에 대한 우상화 작업과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예술·문화 통치’를 김 제1비서가 적극 활용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조선중앙통신은 “평양이 경축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면서 “역사적인 당 대회를 맞이한 수도 시민 모두 얼굴마다 격정과 환희가 넘쳐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외신기자 초청해놓고…행사장 문 걸어 잠근 북한=북한 당국은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놓고도 행사장 출입은 엄격히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은 외국 취재진에게 당 대회 첫날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다”면서 “취재진이 농락당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에 4·25문화회관 근처까지 취재진을 안내했다. 하지만 회관에서 100m쯤 떨어진 광장까지 인도한 뒤 그곳에서만 취재를 허락했다. 오후에는 행사와 관련 없는 전선(電線) 공장 취재 일정을 넣었다고 한다.

때문에 외신도 당 대회가 아니라 평양 분위기를 전하는 데 그쳤다. 영국 BBC의 존 서드워스 기자는 평양 시내와 주변 지역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도시로서 평양은 2009년에 방문했을 때와 느낌이 다르다”면서 “해외 관찰자들은 ‘미니 붐’을 말하고 있다. 시장과 작은 상점들이 도시 골목마다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평양 인근 농장에서는 농부들이 생산량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꽤 자본주의적인 개념”이라고도 했다.

◇당 대회 열리는 4·25문화회관은?=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4·25문화회관은 평양시 모란봉구역에 위치한 대중문화회관이다. 중요 회의나 행사, 예술 공연이 열리며 각종 군사·정치 집회 장소로도 사용된다. 공사를 시작한 지 1년7개월 만인 1975년 10월 개관했다.

원래 이름은 2·8문화회관이었지만 1995년 10월 지금 이름으로 변경됐다. 당초 인민군 창설일이 1948년 2월 8일이었으나, 1978년 인민군 창설 시점이 김일성 주석이 항일유격대를 창설한 날인 1932년 4월 25일로 소급 변경함에 따라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