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어린이집에 아들 이모(4)군을 보내는 신모(34·여)씨는 임시공휴일인 6일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애를 태웠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신씨와 남편은 모두 출근해야 했다. 결국 평소 배 수준인 시급 2만원에 12시간을 봐줄 ‘임시 베이비시터’를 불렀다.
갑작스러운 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연휴 기간 ‘돌봄 전쟁’을 치렀다. 교육부는 아이를 보낼 곳이 없는 맞벌이 부모 등을 위해 ‘돌봄교실’을 운영하거나 문을 열라고 일선 초등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에 안내했다.
그러나 현장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일부 유치원·어린이집은 부모들의 상황을 조사하지 않고 휴무를 통지했고, 일부는 아이를 맡기려는 부모에게 ‘우리도 쉬었으면 좋겠다’고 사정하기도 했다. 이군의 어린이집도 “긴급돌봄 수요조사를 했는데 이군만 등원한다. 맡길 다른 곳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신씨는 “어린이집 사정도 알겠지만 섭섭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에 사는 김모(36·여)씨는 지난 5일 경북 상주의 친정에 아들(6)을 맡기고 왔다. 유치원은 쉬는데 김씨와 남편 모두 6일에 출근했다. 부탁할 사람은 친정어머니뿐이었다. 김씨는 “아이가 가고 싶어하는 놀이동산에 못 데려가 미안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에 사는 이모(40·여)씨는 3살 난 딸을 이날 혼자 어린이집에 보냈다. 이씨는 “다들 알아서 등원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우리 딸만 간다고 하니 원장이 ‘아이가 외로울 것’이라며 눈치를 줬다”며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치원·어린이집도 사정은 있다. 교사들에게 출근하라고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유치원 교사 김모(25·여)씨는 “특별수당을 받으면 낫지 않겠냐는 얘기도 있는데 교사 대부분은 휴식을 택할 것”이라며 “휴일 근무하면 평일에 쉬는 방식으로라도 휴식권을 보장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영 차관은 각각 서울 관악구 신성초등학교와 동작구 남사초등학교 돌봄교실 현장을 점검했다. 평소 44명이 이용하는 신성초 돌봄교실에는 14명이 참여했다. 74명이 다니던 남사초 돌봄교실에는 13명이 참여했다. 서울의 경우 6일 돌봄교실이 운영된 초등학교는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기혼가정의 43.9%가 맞벌이를 한다. 지난달 28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중소기업 350곳을 조사한 결과 6일에 쉬겠다고 답한 곳은 36.9%에 불과했다.전수민 김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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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맞벌이는 ‘돌봄 전쟁’
입력 2016-05-06 17:52 수정 2016-05-06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