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美 첫 ‘베이비박스’ 인디애나주에 설치

입력 2016-05-07 04:02

지난달 26일 미국 인디애나주 우드번과 쿨스프링 지역 소방서 건물에 특별한 붙박이 박스가 설치됐다. 헌옷이나 책 기부함처럼 보였지만 문을 열면 따뜻하고 푹신한 작은 공간이 준비된 미국 최초의 베이비박스였다. 낙태를 반대하는 세이프 헤이븐 베이비박스 인컴퍼니(Safe Haven babyboxes Inc.)에서 설치했다(사진).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에 2개의 베이비박스가 시험운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베이비박스는 사정이 생겨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기를 유기하지 않고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든 상자다. 유엔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핀란드, 일본, 중국에서 설치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초 인디애나 주의회에 베이비박스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안전한 피난처 법(Safe Haven Law)’이 상정됐고 올해 초 통과됐다.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반대의견도 팽팽해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컸던 사안이다.

베이비박스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1500달러(약 173만원)가 든다. 계절에 맞춰 온도가 알맞게 유지되고 아기가 편히 대기할 수 있도록 포근한 보호대도 마련돼 있다. 박스 문이 열릴 때와 아기가 박스 안에 눕게 될 때 30초 이내에 알람이 울린다. 알람을 듣고 구급의료단이 최대 5분 안에 아기를 이동시키기 위해 출동한다. 아기를 놓고 가는 사람의 익명성은 보장된다.

모니카 켈시 세이프 헤이븐 베이비박스 인컴퍼니 대표는 “공식 집계는 없지만 인디애나주에서만 매년 70∼100명의 아기가 유기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올해 인디애나주에 100개 이상의 베이비박스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디애나주는 미국 내에서도 보수적 색채가 짙다. 지난 3월에는 다운증후군을 포함한 유전자 이상, 선천적 장애가 확인된 태아에 대해서도 인공유산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